국내 1위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 임대기 사장은 올해 들어 거의 '출장 중'이다. 2월 중국을 시작으로 3월엔 싱가포르와 인도, 4월 러시아와 영국, 5월 아랍에리미트(UAE)의 두바이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이달엔 프랑스와 독일을 다녀왔다.
국내 2위 광고사인 이노션월드와이드의 안건희 사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기업인 현대차에서 서유럽판매법인장을 지낸 그는 수시로 해외거점을 돌고 있다.
대형 광고사 CEO들이 이처럼 해외행이 잦아진 건 그만큼 해외시장 발굴에 '올인'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내수불황으로 국내 광고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데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논란으로 안정적인 계열사 물량확보가 어려워지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임 사장은 작년 말 취임 이후 직원들과 릴레이 티 미팅을 이어왔는데, '국내 1등의 자만심부터 깨라'고 줄곧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제일기획이 국내 1위라고는 하지만 세계에선 16위에 불과하다. 심지어 미국에선 삼성광고조차 제일기획이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솔직한 현 주소"라고 말했다. 그는 "TV나 잡지 등 전통 매체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리테일 마케팅 서비스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일기획은 현재 33개국, 59개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국내와 해외 매출비중도 25%와 75% 정도가 됐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미국 맥키니, 중국 브라보를 연이어 인수한 데 이어 지난 해에만 60여개의 현지 광고주를 영입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동향 등을 감안할 때 더 많은 해외진출, 더 많은 해외수주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판단이다.
안 사장도 해외 인수합병(M&A)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안 사장은 "현대ㆍ기아차는 자동차업계 세계 5위로 우뚝 섰으나 이노션은 이제 겨우 20위 안에 들어가는 정도"라며 "빠른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M&A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노션은 지난 해 하반기 세계적 골프용품 브랜드 풋조이, 터키쉬에어라인 등 대형 광고주를 잇따라 영입한 데 이어 올해도 현지 광고주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노션은 16개국, 20여개 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출 비중은 해외 75%, 국내 25%로 나뉜다. 이노션은 지난 해 칸 국제 광고제의 계·폐막식을 아시아 처음으로 공식 후원했고, 2010년부터 국내 광고 대행사 가운데 처음으로 현대자동차 슈퍼벌 광고를 자체제작해 크리에이티브를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그룹물량을 통해 편안한 성장을 거듭해온 게 사실"이라며 "해외시장 개척 성공여부가 진짜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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