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 135조원 규모의 대통령 공약재원 마련을 위해 강도 높은 세입ㆍ세출 조정에 나섰으나, 정작 공공부문에 방치된 이른바 '눈먼 자금'의 규모가 최소 1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가 자신들의 의무는 소홀히 한 채 민간에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가채권 가운데 기한이 지났는데도 미회수된 '연체채권' 규모가 2011년(10조4,792억원) 보다 1조원 가까이 늘어난 11조3,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체채권의 절반 가량은 부과하고도 거둬들이지 못한 세금으로, 2010년(4조7,000억원) 보다 9,000억원 가량 늘어난 5조6,196억원에 달했다. 벌금, 과태료, 몰수금 처분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경상이전수입(4조5,502억원) 분야의 연체채권도 전년 대비 4,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1조원이 넘는 연체채권은 공약가계부 상 납세자들이 올해 짊어질 부담(7조4,000억원)보다 4조원이나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세자나 질서 위반자에 대해 엄정한 채권 관리만 이뤄졌어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명분으로 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축소 등의 고통 없이 올해 1년분 공약재원이 조달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각종 기금과 공공기관 예산 편성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된 자금도 5조원이나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보증기금사업 평가'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동일한 기업에 '중복 보증'을 서는 바람에 낭비된 자금이 2조792억원(총 4,977개 기업)에 이른다. 예산정책처는 "두 기관 사이에 긴밀하게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면,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다른 영세 중소기업에 2조원의 자금이 지원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공공기관 비효율적 자금 운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마사회와 강원랜드를 꼽았다. 두 기관이 법과 정관의 허점을 이용해 1994년 이후 농어민이나 폐광지역 지원 등 공익목적에 사용돼야 할 수익금 가운데 3조원 이상을 경마 및 도박산업에 재투자했다는 것이다. 실제 마사회는 농어민 지원에 사용돼야 할 1조3,000억원의 경마 이익금을 내부에 유보했고, 강원랜드도 최근 5년간 사업확장준비금 명목으로 1조9,160억원을 내부 적립했다.
현재 느슨하게 운용되는 주요 기금의 여유자금을 적극 활용해 납세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현재의 기금 관련 규정은 '여유자금'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국민 부담으로 조성된 기금을 공익 목적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각 기금에서 여유자금을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연기금 투자풀'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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