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 논란에 휩싸인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향후 100년 동안 주요 개인 정보를 수집ㆍ처리할 수 있는 사상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SA의 개인 사찰이 사생활 보호를 위반한다는 주장과 국가 안보상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를 상대로 NSA의 불법 사찰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NSA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남쪽 사막지대 블러프데일에 있는 주방위군 기지에 12억달러를 들여 14만㎡ 크기의 스파이 센터(유타 센터)를 현재 건설 중이다. 2001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짓기 시작해 올해 9월 완공할 예정인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로 개인의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는 물론 여행지, 인터넷 검색어, 상품 구매 내역, 주차 영수증까지 모든 디지털 기록을 보관, 처리하게 된다. 여기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터의 공간만 해도 1만㎡나 되며 소프트웨어 설치에도 20억달러가 투입됐다.
NSA 기술 책임자를 지낸 윌리엄 바이니는 "유타 센터의 정보 가공 처리 능력은 5제타바이트 수준"이라며 "이는 전세계인의 전화, 이메일 등 전자 정보의 약 100년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제타바이트는 1조 기가바이트(10의 21제곱 바이트)의 어마어마한 용량으로, 인류가 지금까지 말한 것을 모두 합쳐도 42제타바이트에 불과하다. 유타 센터는 암호를 풀기 위한 병렬처리(수백대의 연산처리장치로 동시에 복수의 명령이나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 공간까지 갖춰 민감한 정보 처리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타 센터는 시설 운용을 위해 무려 6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65㎿의 전기를 쓰며, 컴퓨터의 열을 식히기 위해 하루 150만 갤런의 냉각수를 사용한다.
NSA가 세계 최대의 데이터 시설을 유타 주에 건설하는 이유는 시설 유지와 관리에 드는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모르몬교의 본거지인 유타에 외국 선교사 경험 등으로 외국 언어에 능통한 인재가 많은 것도 NSA가 유타를 선호한 이유다. 컴퓨터 능력이나 시설 등이 여느 NSA 기지보다 뛰어난 유타 센터는 그러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ACLU 측은 "NSA가 하는 일 대부분을 알지 못하지만 유타 시설은 무고한 시민들의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할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타 센터가 3개월 뒤 완공되면 어마어마한 사찰 능력을 갖게 되는 NSA는 유타 센터의 3분의 2 규모의 또 다른 데이터 센터를 메릴랜드 포트미드 본부에 짓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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