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정책을 펴고 있는 그리스가 1938년 개국한 공영방송 헬레닉 방송사(ERT)를 폐쇄키로 했다. 방만한 경영으로 재정 피해가 크다는 이유인데 일방적인 폐쇄 결정으로 큰 반발이 일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11일 "ERT는 운영상의 불투명성과 심각한 낭비의 사례"라며 "이제 끝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500명의 직원들은 정리해고 될 예정이다. 정부는 보다 작고 독립적인 형태의 방송사를 새로 세운다는 방침이지만 일부만 다시 고용될 것으로 보인다.
ERT는 3개의 TV 채널과 4개의 라디오 방송사, 각 지역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다. 매달 전기료에서 4.3유로(약 6,500원)씩 시청료를 받아 운영됐다. ERT의 메인 채널은 11일 밤부터 송출이 중단됐다. 마지막 방송에서 앵커는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주장했다.
국영TV 기자 출신인 시모스 케디코글루 정부 대변인은 "ERT는 쓰레기 덩어리"라고 혹평하고 "다른 TV 방송보다 비용은 3~7배, 인력은 4~6배 많지만 시청률은 민영방송 평균의 절반"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운영상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 대량 해고와 방송사 폐쇄로 나선 것을 두고 언론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테네 언론노조는 48시간 파업을 선언하고 ERT 건물 앞에 수천명이 모여 규탄 시위에 나섰다. ERT 국제뉴스 담당 총괄자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충격을 받았고 분개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영방송 하나 가지지 못한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ERT의 한 여성 직원은 "나는 어린 아이가 있는 싱글맘인데 이제 실업자 신세"라며 한숨지었다.
그리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201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1만5,000개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번 조치는 첫 공공 부문 구조조정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