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논의, 정의, 공정성, 경제민주화, 시장의 도덕적 한계 등 정치철학에 관한 논의가 활발한 매우 인상적인 나라입니다.”
세계전략포럼 2013 참석을 위해 방한한 , 의 저자 마이클 샌델(60)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사회의 이런 공론은 건강한 토론”이라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말로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갑을’ 관계 등을 직접 언급하며, “비단 한국만이 겪는 것도 아니고 좀 더 많은 논의가 되야 하는 문제이지만 이렇게 공론화하는 사회는 많지 않다. 성숙된 민주주의 사회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를 달군 경제민주화 등의 논의가 과거 미국의 고도성장기에 철도, 석유 회사의 독과점에 대한 비판적 논의와 비슷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며 “고도 성장한 한국이 이제 경제성장 이후의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부 학자들은 기업의 책임이 주주 가치 극대화라고 외치기도 하지만 편협한 견해입니다. 정부 역시 규제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비자를 대기업의 힘으로부터 보호해야 합니다. 건강한 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균형을 이루고 대기업, 중소기업, 구멍가게가 모두 생존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미국 역시 산업화 과정에서 야기된 문제들이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반독점법이 입법화되고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강화 등이 뒤따랐다며 한국 역시 건전한 방향으로 논의가 수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을 돌며 강연과 책 홍보를 하고 있는 샌델 교수는 차기작과 관련해 아직 주제를 정하지 못하고 있으나, 시장 정의 등 주요 사안에 대해 나라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비교 연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미국과 한국을 비교한 한 여론조사에 컨설팅을 해준 적이 있는데, 한국인 대부분은 한국 사회가 불공정한 사회라고 답한 반면 다수의 미국인은 미국 사회가 공정하다고 했습니다. 한국은 불공정하고 미국은 공정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는 불공정 관련한 토론이 활발한 반면 미국에서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각국의 차이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내고 싶습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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