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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동성애 선전 금지법'통과 인권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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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동성애 선전 금지법'통과 인권 역주행

입력
2013.06.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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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11일 미성년자에게 동성애를 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동성결혼 합법화 등 소수자 인권을 강화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로, 러시아 정계 및 종교계에 만연한 동성애 혐오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으로 이름 붙은 이 법안은 출석의원 437명(재적 450명) 중 436명의 압도적 찬성을 받았다. 1명은 기권했다. 연방회의(상원) 승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 절차가 남았지만 법안 발효는 확실시된다.

법안은 미성년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개 장소나 언론매체를 통해 ▦비전통적 성정체성 주입 ▦비전통적 성관계를 매력적인 것으로 묘사 ▦전통적-비전통적 성관계의 가치가 동등하다고 주장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법을 위반하면 5만루블(14만원)~100만루블(3,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외국인은 벌금형과 함께 추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에서 '비전통적 성관계'가 흔히 동성애를 가리키는 용어이지만 법안에 명확한 용어 정의가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경찰이 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다른 소수자를 탄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하원은 앞서 1월 법안 예비심사 때 원래 법안 명칭인 '동성애 선전 금지법'을 지금의 이름으로 고쳤다.

러시아 인권단체들은 동성애 혐오 세력의 폭력행위가 더욱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동성애 활동가들은 하원 앞에서 법안 통과에 반대하며 키스 시위를 하다가 정교회와 관변단체에서 나온 수백명의 시위대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았고 20여명은 경찰에 체포됐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그렘 리드 팀장은 "러시아가 '전통'을 앞세워 차별을 합법화하고 있지만 어떤 표현을 쓰든 이번 법안이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 침해인 것은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1993년에야 동성애를 형법상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을 만큼 반동성애 문화가 강하다. 이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88%가 이번 법안에 찬성했고 42%는 동성애자를 형사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미 동성애 선전을 금지하고 있는 자치단체도 10곳에 이른다. 의회는 내처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에 자국 아동을 입양시키지 않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AP통신은 "동성애를 비롯한 서구식 자유주의가 청년들을 퇴폐적이고 정부비판적인 세력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러시아 정치·종교 엘리트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NYT는 푸틴 정부와 러시아정교회의 유착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하원은 교회를 비난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신성모독법 개정안을 함께 통과시켰다. 이 법은 지난해 여성 록밴드 푸시라이엇이 정교회 사원에서 반정부 공연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때 적용됐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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