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축소하는 법안 수정안을 내 논란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서 심사 중인 법안엔 규제 대상이 '대기업집단 모든 계열사 간 거래'로 돼있다. 반면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거래'로 축소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규제 방식도 '원칙 불허, 예외 허용(포지티브)'에서 '원칙 허용, 예외 불허(네거티브)'로 바꿨다. 이에 일감몰아주기 규제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표적 경제민주화법이다. 하지만 입법 논의 과정에서 당초보다 규제 강도가 점차 완화돼온 게 사실이다. 지난 4월 대통령 업무보고 전까지만 해도 공정위는 '총수 지분 30% 룰'을 강력 추진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직접 증거 없이도 총수가 관여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추정해 해당 계열사와 총수일가를 함께 처벌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에서 과잉규제 우려가 나오자 입법을 포기했다. 이어 "대기업집단의 정상적 내부거래는 막을 이유가 없다"는 노대래 공정위원장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이번 규제 대상 축소 안이 나온 셈이다. 공정위 안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전체 계열사 1,788개 가운데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417개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규제 대상 축소를 정책의 후퇴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수직계열화에 따른 대기업 계열사 간의 정당한 거래까지 마구잡이로 규제하는 건 오히려 경제민주화 입법의 명분을 약화시킬 위험이 큰 만큼 공정위의 수정안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경제민주화 입법도 과격하면 성과 없는 용두사미가 되기 십상이다. 여야도 규제 대상 축소를 둘러싸고 공연히 갈등하기 보다 공정거래법 상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보다 강력히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보강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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