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탄생의 비밀 묘사 등 큰 비중… 정체성 고민 어두운 슈퍼맨후반부 액션신 아찔한 박진감월드워 Z조여오는 긴장·아슬아슬 공포… SF·스릴러 장르적 쾌감 집중원작소설의 비판·풍자는 증발
할리우드 SF 대작 '맨 오브 스틸'과 '월드워 Z'가 각각 13, 20일 국내 개봉한다. 2,000억원 이상 투입된 대작들로 할리우드가 수십 년간 재탕 삼탕 우려먹은 슈퍼맨과 좀비를 다시 끄집어내 한 명의 영웅이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맨 오브 스틸' 슈퍼맨 신화학 개론
'다크 나이트' 시리즈로 명성을 얻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제작을 맡고 '300' '와치맨'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은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을 원점으로 다시 돌려 보냈다. 그래서 컴퓨터를 다시 켜듯 '리부트' 영화라고 부른다.
이 영화는 슈퍼맨 탄생 신화에 공을 많이 들였다. 슈퍼맨의 고향 크립톤 행성을 배경으로 아버지 조엘과 악당 조드 장군 사이의 갈등, 조엘이 아들을 지구로 보낸 경위 등을 자세히 묘사한다. 후반부엔 뒤늦게 출생의 비밀을 안 슈퍼맨이 조드 장군을 상대로 지구를 지켜낸다는 단순 명료한 영웅담이 펼쳐진다.
놀런과 함께 '다크 나이트' 시리즈 각본을 썼던 작가 데이비드 고이어가 시나리오를 맡아서인지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을 그린 이전 작품들보다는 어둡고 무겁다. 최근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주인공들처럼 슈퍼맨도 정체성과 선택의 문제로 고뇌한다. 가상의 슈퍼맨을 존재하는 인물처럼 느끼게 하려는 의도이지만, '다크 나이트'만큼 입체적이진 않다.
그러나 슈퍼맨과 조드 장군 일당의 힘겨루기가 시작되면 이야기는 단순해진다. 슈퍼맨의 연인 로이스 레인을 비롯한 지구인들은 들러리 이상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 초인들의 싸움에 인간이 끼어들 자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종족을 지키기 위해 지구를 갈아 엎으려는 조드 장군과 이를 막고 지구를 지키려는 슈퍼맨의 도심 전투는 이 영화의 노른자위. 액션 시퀀스가 현기증이 날 만큼 아찔하고 박진감 넘친다. 전투기가 마천루 사이로 나뒹굴고, 수십 층짜리 건물들이 무너져 내린다. 이야기 구조가 단단하고 꽉 조인 느낌이 들진 않지만, 2시반 반에 가까운 상영 시간이 따분하고 지루하지는 않다. 12세 관람가.
'월드워 Z' 좀비 묵시록
B급 영화의 단골 주인공인 좀비가 이번엔 종말론적인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의 소재로 등장했다. 지진이나 변종 괴물, 전염병 대신 좀비다. 맥스 브룩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월드워 Z'는 순식간에 전 세계를 집어 삼킨 좀비떼를 피해 인류를 살려낼 해법을 찾아내는 남자의 활약상을 그린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하는 제리는 한때 유엔에서 조사관으로 일했으나 지금은 가족과 평범하게 사는 중년 남자. 좀비들의 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도시를 피해 가족들과 탈출에 성공한 그는 재난을 막을 단서를 찾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난다.
'월드워Z'는 대규모 액션 시퀀스로 도배하기보다는 바짝 조여 오는 긴장과 아슬아슬한 스릴에 집중한다. 볼거리에 치중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찰거머리 같은 좀비들이 비행 중인 헬기를 추락시키고 대도시를 장악하는 장면은 사실감이 넘친다.
영화는 생존 보고서 형식을 띤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전개되는 원작 소설에서 SF 스릴러적인 특성만 가져왔다. 스릴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부분은 증발시켰다. 좀비 영화 특유의 잔인한 장면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액션의 규모가 점점 작아진다는 점도 특이하다.
주인공 제리가 그악스럽고 집요한 좀비들을 피해 가족을 살리고 결국 지구를 구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단조롭지만 관객을 바짝 긴장시키는 힘이 있다. 캐릭터나 서사를 단순화하고 SF, 액션, 스릴러, 호러 등 장르적 즐거움에 집중한 점은 칭찬할 만하나, 밋밋하고 안이한 결말 탓에 영화가 용두사미처럼 보이는 점은 아쉽다. 감독은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마크 포스터. 15세 관람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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