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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트렌스젠더도 하나님의 자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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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트렌스젠더도 하나님의 자녀죠"

입력
2013.06.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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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됐으니, 우리 같은 성소수자도 하나님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그 분의 자녀입니다."

성소수자를 위한 '열린문공동체교회'를 이끌고 있는 미국인 대니얼 페인(34) 목사는 자신도 게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열린문공동체교회는 2011년 서울 이태원의 한 합창단 연습실을 빌려 목회를 시작한 교회다.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 30~40명은 대부분 게이나 레즈비언, 바이섹슈얼(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다.

'진보적인 기독교인'으로 자처하는 페인 목사는 '바이블 벨트'(보수적 기독교 성향이 강한 미국 남부지역)로 불리는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출신이다. 그도 어린 시절에는 보수적인 교파인 침례교회에 다녔다.

"8~9살 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다 보니 이를 숨기고 이중 생활을 했지요. 고민 끝에 결국 열 여섯 살 때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했지만, 그 결과는 차가운 냉대뿐이었습니다."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친 그는 어쩔 수 없이 19살 때 한 여성과 결혼을 했다. '정상적인 삶'을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은 4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결코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서다. 그리고 2003년 무작정 한국으로 건너와 하나님에게 등을 돌리고 영어 강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렇지만 12살 때부터 품었던 목사의 꿈을 쉬이 접을 수 없었다. 결국 캐나다에서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앨라배마주에 본부를 둔 진보 기독교파인 '진보기독교연맹(PCA)'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교회를 개척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을 벌레처럼 혐오하는 교회의 가르침 때문에 끊임없이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듣고 이들을 위한 공동체를 마련한 것이죠."

페인 목사는 "동성애자인 목사 아들의 자살을 막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니'('고린도 전서' 10장 23~24절)라는 말씀으로 그에게 삶의 의지를 북돋아 주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성경에서 동성애를 금한다는 대다수 개신교회의 주장과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다수 개신교회가 자주 언급하는 대표적인 반(反)동성애 성경 구절은 사도 바울이 쓴 '로마서' 1장 26~27절이다. '하나님께서 저희를 부끄러운 욕심에 내버려 두셨으니 곧 저희 여인들도 순리대로 쓸 것을 바꾸어 역리(逆理)로 쓰며 이와 같이 남자들도 순리대로 여인 쓰기를 버리고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 일 듯하며 남자가 남자로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 저희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 자신에 받았느니라.'

페인 목사는 "'로마서'에 나오는 '역리적인 것'은 흔히 말하는 자연법칙에 대한 위배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타고난 본질과 반대되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동성애자가 이성애적 삶을 살려고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역리적인 것이라고 봐야 옳다"고 말한다.

페인 목사는 "우리 교회의 성소수자 교인들도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시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임을 고백하고, 예수님이 주인 되시고 이 세상의 구세주'임을 믿는다"며 "압박 받는 현실 속에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 작은 쉼터라도 열어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 대다수(73%)가 여전히 '동성애는 비정상적인 사랑'이라고 보고 있는 가운데, '동성애=성욕도착증'으로 보고 죄악시하는 교회와 '같은 하나님의 자녀'로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교회가 '창세기'의 카인과 아벨처럼 골육 상쟁으로 끝날지 아니면 야곱과 에서처럼 극적인 화해를 이룰지 주목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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