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의 경우 60대가 되면서 어휘력 감소를 보인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60대까지는 꾸준히 어휘력이 증가하며 어휘 습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 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50대의 경우 이해하고 있는 어휘가 2만개부터 3만개인데, 상위 10%는 4만개 정도를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50대 이전까지의 독서나 어휘 습득 노력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영어 어휘력을 보면 대졸자가 평균 4,500단어 정도를 쓰는데, 해외에 나가서 살 경우 그 두 배가 넘는 1만 단어까지 늘게 된다. 독서를 많이 하는 원어민의 어휘력이 3만 4,000개에 머문다는 통계를 보면 어휘력이 무한정 느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독서를 거의 하지 않는 원어민도 1만 5,000~2만 개의 어휘를 알고 있는데, 독서를 통해 어휘력이 약 2배쯤 증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휘 습득 능력은 사람마다 조건마다 다르지만 50대부터 발전이 더뎌진다. 20세 전후부터 50대까지는 완만한 곡선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정신 노동이나 문학 활동을 하면 60대까지도 꾸준히 발달한다고 한다. 어휘력이 가장 뚜렷하게 향상하는 때는 독서를 많이 하는 초등학교 시기다.
언어 습득은 3~6세 사이에 80%의 성장을 한다고 한다. 때문에 아이가 영어를 못 알아 들어도 영어 비디오를 틀어주는 것은 효과가 있다. 이 때의 자극은 중학교 졸업 전후까지 급격한 발전을 보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외국어를 만 13세 이전에 배우기 시작해야 원어민 수준에 근접한다는 고전적 이론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언어는 초등 중등 과정에서 판가름 난다는 통념이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이다. 미국 유학생들의 경우도 가장 성공적인 게 중 3이나 고 1 쯤 미국으로 건너와 공부하기 시작하는 경우다. 한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원어민에 근접할 정도의 실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재미 동포 1.5세의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에서 흔히 하는 영어 단어 1만개 외우기 같은 무조건적인 암기 수업은 틀린 공부법이다. 어휘 학습의 기본은 내가 배우는 어휘가 원어민의 어휘 쓰임새와 통해야 하는 것이다. 'Print your name'은 '이름을 인쇄하세요'가 아니라 '이름을 정자로 쓰세요'라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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