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길 위의 이야기] 상승과 하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 상승과 하강

입력
2013.06.12 11:31
0 0

며칠 전 아침 출근길에, 직립 보행을 시작한 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어떤 자명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사람은 걸을 때 자연스레 팔을 다리와 교차하면서 앞뒤로 흔들기 마련이다. 왼다리가 앞으로 나갈 때는 오른팔이, 오른다리가 나갈 때는 왼팔이 앞으로 나가는 식이다. 사람 몸이 생래적으로 가진 일종의 추진 원리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계단을 올라갈 때는 팔이 앞뒤로 수평을 걸을 때와 마찬가지로 흔들리는데, 계단을 내려갈 때는 팔이 흔들리지 않더라는 사실. 그것은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 이런 사실을 이제서야 처음 알다니!

좀 억지스러운 연상 작용인지는 모르지만 계단을 오르내릴 때의 팔의 흔들림이 각각 다른 것은 우리 인생의 상승과 하강에 대한 어떤 암시로 읽힌다. 수평의 길을 전진하거나 위로 상승할 때 우리는 씩씩하게 팔을 흔들지만, 하강할 때는 몸의 신명 없이, 융기도 없이 수동적이 된다는 것의 상징 같다는 얘기다. 천국에 올라갈 때는 역동적으로 진군 나팔을 불지만 지옥으로 떨어질 때는 포승줄에 두 팔을 꼭꼭 묶이는 그런 형국이랄까. 두 팔이 묶였으니 어떻게 팔을 앞뒤로 흔들겠나. 아, 이건 지나친 상상력의 비약인가. 어쨌거나 여러분도 계단 오르내릴 때, 두 팔의 움직임을 확인해보시기 바람.

소설가 김도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