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12일에도 떨어져 13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닷새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자, 삼성전자 사장이 직접 나서 하락을 촉발한 스마트폰 판매부진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또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하며 실적과 무관한 작전세력의 소행임을 시사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ㆍMobile) 부문 사장은 이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갤럭시S4’판매 부진설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신 사장은 “판매부진 보고서를 발간한 JP모간이 당초 과도한 기대를 했다가 그 기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우리는 실적과 관련해 시장에 실망감을 줄만한 말을 한 적이 없고, 갤럭시S4 판매도 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계 증권사 JP모간이 지난 7일 “갤럭시S4 판매 둔화 기조가 감지된다”며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31조8,000억원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3조원이상 낮추면서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이 시작됐다.
신 사장의 설명처럼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만한 뚜렷한 악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1분기 매출액도 52조8,680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동기보다 16.78% 늘어났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이엔드 스마트폰의 중심인 갤럭시S4가 부진한 판매 실적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중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굳건해 오히려 올해 영업이익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삼성전자 주가 흐름을 살펴보더라도 현재의 주가하락은 이례적이다. 최근 10년 동안 하루에 4%이상 하락한 경우는 총 28회인데, 대부분 삼성전자의 실적과 관련되거나 글로벌 주식시장 또는 한국증시의 동반 폭락과 연계된 경우였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처럼 불확실한 판단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삼성전자 주가는 폭락했을 때도 대부분 단기간 내에 이전 주가수준을 회복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큰 변고가 없는 한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의 급락은 공매도 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기 세력이 개입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급락이 외국인의 대량 순매도였기 때문에 이 같은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JP모간의 부정적 보고서가 발표된 7일 외국계 증권사인 DSK, 메릴린치, 씨티그룹, UBS 등을 통해 외국인들은 전 거래일보다 3배 가까운 6,622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공매도 거래금액도 이날 1,148억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이는 작년 6월25일(1,211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뚜렷한 실적악화 발표도 없었는데 외국인들이 하루에 6,000억원을 순매도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공매도를 활용하는 글로벌 대형 헤지펀드 등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작전세력을 통해 주가하락을 유도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금융감독원과 함께 즉시 집중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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