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픽쳐스의 뮤지컬 '칵테일'에는 로맨틱 힐링 뮤지컬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자살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사랑으로 풀어보자는 주제의 뮤지컬이니.
죽으려는 이유도 다양하다. 작가는 시가 죽은 시대에, 전설적 에로 배우는 자신의 육체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절망한다. 자살바위를 기어 올라가는 어느 중년 남성의 모습이 한동안 비치다 암전되며 본격 시작하는 도입부에서는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충분히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다양한 음악 형식을 녹여냄으로써 한 편의 즐거운 뮤지컬로 태어난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발라드가, 생기 넘치는 대목에서는 록이, 죽음과 연관된 대목에서는 암울한 데쓰 메탈이 나온다. 에로 배우의 '가슴송'은 애절하다. 그녀가 자신의 전성기를 이야기하며 부르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에서는 객석의 박수가 절로 나온다. 음악적 칵테일인 셈이다. 샤머니즘도 등장한다. 작가에게 팔리는 글 쓰게 해 달라며 갑자기 무당이 등장해 무가를 읊는다.
자살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대중음악적 접근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는 신선하다. 배우들의 가창력도 훌륭하다. 몇 안 되는 배우들이 1인 2역, 3역의 역할 바꾸기로 무대에 활기를 더한다. 자살을 부르는 바위는 미결 상태로 유지된다. 말썽 많은 바위지만 철거하지 말고 자살 방지 바위로 재탄생시키자는 SNS 운동을 암시하며 극이 끝난다. 30일까지 아트센터K 세모극장.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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