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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당국회담 무산]북한, 국장급 내세우며 남한엔 장관급 요구… 원래 대화 의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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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당국회담 무산]북한, 국장급 내세우며 남한엔 장관급 요구… 원래 대화 의지 없었나

입력
2013.06.1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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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당국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대화의 판을 깨자 애당초 남한과 대화할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떠밀리듯 남북 대화에 임했고 회담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보여주기용으로 회담에 나선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당초 북한의 '구애' 대상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었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 전날인 지난 6일 돌연 당국간 회담을 제의했다. 4월 이후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풀기 위해 네 차례나 북측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전격적으로' 대화로 돌아섰던 것이다.

당시 미중 양국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강하게 촉구할 것으로 알려진 시점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남한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는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징검다리이자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 달리 미중 정상은 북한에 비핵화를 촉구하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핵보유국 지위를 천명하고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을 공식 채택한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확고한 입장이 확인된 이상 구태여 남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요인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남북대화를 재개할 만한 내부적 요인이 크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4월 이후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하고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키며 끝내 공단이 잠정 폐쇄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을 끊임없이 비난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당국회담에 앞서 지난 9, 10일 열린 남북 실무접촉 과정에서도 북한의 이처럼 시큰둥한 태도는 여실히 드러났다. 북측은 통상 3, 4일 정도 열렸던 남북 장관급회담의 기간을 하루로 대폭 줄이자고 주장하더니 끝내 회담 명칭마저 '장관급'회담에서 '당국'회담으로 바꾸었다. 남측과 진지하게 합의를 도출하는데 관심이 없다는 의사표시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3가지 주요 의제에 동의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6ㆍ15선언 공동행사와 민간인 왕래문제를 끼워 넣었다. 설령 회담이 열려도 언제든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일종의 '안전판'인 셈이다. 북한이 대표단 수석대표로 우리가 요구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보다 한참 격이 낮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국장급 인사를 내세운 것은 북한이 부린 '몽니' 시리즈의 결정판이었다.

다만 북한은 6일 남측에 대화를 제의하면서 시간과 장소까지 일임한 만큼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고 섣불리 발을 빼기는 곤란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대화에 전혀 의지가 없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지난달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중국에 특사로 보내 "6자회담을 포함한 각국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스스로 행동의 여지를 좁히며 자충수를 둔 측면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떠보기 위해 대화를 제의했지만 실익이 별로 크지 않다고 판단해 억지를 부리며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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