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첫 남북간 공식회담이 코앞에서 무산되면서 향후 남북대화의 재개 시기는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남북관계는 단기적으로 냉각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11일 회담 무산 입장을 통보하면서 "남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에 대한 왜곡으로 엄중한 도발"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북측이 이처럼 무리한 억지 주장으로 화를 내며 회담을 무산시켰다는 점에서 당분간 당국회담의 불씨를 살리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정부도 단단히 화가 나 있긴 마찬가지다. 청와대 관계자가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통일부 당국자도 "내일로 예정된 회담을 북한이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무산됐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남북은 당분간 회담 파기의 책임을 놓고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냉각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단 남북 양측 모두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남북 모두 경색이 장기화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풀어보고자 회담을 시도했다 도리어 관계가 꼬이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에 대해 대화문을 열어두고 있고 성의를 가지고 남북대화에 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냉각기를 거치고 난 뒤 당국회담에 다시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북한도 이날 보류나 무산 등 다소 유보적인 표현을 사용해 가며 앞으로 남북간에 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일각에선 한반도와 관련한 큰 틀의 주요 외교일정을 통해 남북대화 재개의 시기가 조율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선 27일 시작되는 한중 정상회담이 변곡점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만약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북한 역시 군사적 도발 위협과 같은 더 강경한 쪽으로 선회할 수 있다. 이래저래 이번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남북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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