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함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역시 불구속 기소로 결론 내린 것을 두고 '김 전 청장으로서는 원 전 원장과 패키지로 묶이는 바람에 운 좋게 구속을 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청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형법상 직권남용과 경찰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세 가지다. 이 가운데 핵심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수서경찰서가 진행하던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다. 수서경찰서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키워드 78개의 분석을 요청했지만, 서울경찰청이 시급한 사안이라며 수를 줄여달라고 해 4개로 추려 다시 보내게 하는가 하면 분석한지 사흘도 안 돼 '댓글 흔적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는 등 수사를 축소, 은폐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오피스텔 압수수색을 앞두고 김 전 청장이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진술하는 등 검찰은 김 전 청장의 수사 개입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팀은 원 전 원장은 물론이고 김 전 청장도 구속 기소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법무부와 검찰, 수사팀 간에 두 사람에 대한 신병 처리를 두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국정원장과 서울경찰청장을 동시 구속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원 전 원장은 구속, 김 전 청장은 불구속 기소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때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을 구속하느냐 마느냐를 두고는 검찰과 법무부 등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김 전 청장에 대해서는 이미 불구속 기소로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진통 끝에 결국 불구속 기소로 결론 내려졌지만 김 전 청장으로서는 함께 수사 대상이 됐던 원 전 원장 덕을 톡톡히 본 결과, '어부지리'격으로 일찌감치 구속을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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