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과도한 교습비 등 사교육 폐해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정한 학원법이 엉뚱하게도 풀뿌리 평생교육의 싹을 자르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11일 교육부와 경기, 강원도 등에 따르면 국회는 2011년 만 3세부터 19세의 유아ㆍ청소년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반드시 학원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의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입시컨설팅, 온라인강의업체 등 신종학원들이 강사자격, 교습비, 강의실 기준 등을 정한 학원법의 저촉을 받지 않아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법 시행에 앞서 학원 등록 기회를 주기 위해 시행을 지자체 별로 1~2년 유예해 줬다.
하지만 '평생교육 진흥에 이바지 하기 위해'(학원법 1조) 만들어진 학원법이 되레 평생교육시설과 강좌를 문 닫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법대로라면 대부분 민간 평생교육시설들이 학원 등록에 필요한 기준을 맞추기가 까다로워 실제 전환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어야 하고, 방음, 방재, 조명 등에 필요한 법적 조건을 갖추고 우수강사를 둬야 해 투자비용이 폭증한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이 법 적용에 들어간 강원도의 경우 유아ㆍ청소년 상대 강좌를 운영하던 홈플러스 춘천, 강릉, 삼척점이 학원법 위반혐의로 강원도교육청에 의해 고발됐으며, 롯데마트 4개점은 청소년 상대 10여개 강좌를 모두 폐쇄했다. 고발 업소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국내 최대 비영리 민간교육기관인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도 전국 31개 지부에서 유아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내년부터 전면 취소할 계획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평생교육기관으로 등록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여의치 않아 학교프로그램을 제외한 유아ㆍ청소년 대상 강좌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면서 "지부 별로 상당수 강좌가 사라져 학생과 강사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YMCA나 YWCA, 종교단체, 대학 등에서 유아ㆍ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교육시설도 단속 대상이다. 심지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진흥원이나 여성회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사교육기관에 위탁 운영할 경우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 강사들에게 전가될 전망이다. 대부분 평생학습시설이 저소득층 복지차원에서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실정이어서 이것이 취소될 경우 양질의 교육기회가 박탈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강사들도 실직 우려에 떨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내년 이 법 시행이 될 경우 수 천명의 강사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원도의 한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 법 시행으로 시설투자 등이 필요해 3개월 8만원이던 수강료가 30만원으로 오르게 됐다"면서 "학파라치만 이득을 보게 될 이 법에 대해 본사 차원에서 헌법소원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비영리 민간단체의 풀뿌리 교육을 해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공동으로 공청회 등을 열어 시행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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