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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부패 3각 커넥션'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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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부패 3각 커넥션' 드러났다

입력
2013.06.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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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을 만들고(제조), 그 성능을 시험하고(검증), 이를 최종 확인하는(감리) 과정까지, 원자력발전소 부품비리의 사슬은 예상보다도 훨씬 더 광범위하게 얽히고 설켜 있었다. 원전 부품의 안전성에 대해 최종 검토를 해야 할,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한국전력기술마저 최근 위조 시험성적서 사태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이번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감리업체인 한전기술 쪽은 "우리는 서류 검토만 한다. 때문에 시험기관이 작정하고 시험성적서를 위조하면 이를 적발해 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변했다. JS전선이 제조한 불량 제어케이블의 시험결과를 조작해 서류를 제출한 새한티이피에 모든 책임이 있으며, 한전기술의 잘못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새한티이피가 사실상 조작한 JS전선 제품 시험성적서를 그대로 통과시키라고 지시한 '윗선'의 존재를 한전기술 부장 이모(57ㆍ구속)씨가 실토함에 따라 이 같은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한전기술마저 JS전선, 새한티이피와 애초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공모한 정황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한전기술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이 같은 비리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훨씬 크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 한전기술의 연루를 의심할 만한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돼 왔다. 아무리 서류검토만 한다지만, 새한티이피의 의뢰로 캐나다 검증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 원본만이라도 확보해서 새한티이피가 제출한 서류들과 비교해 봤다면 위조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한전기술은 그 조차 않았다. JS전선의 불량 제어케이블을 '고의적으로' 승인해 줬을 개연성이 큰 대목이다.

특히 새한티이피와의 '특수관계'는 이러한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새한티이피의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고모(59)씨는 한전기술 부장 출신이고, 새한티이피의 현 부사장인 남모씨는 한전기술 처장 출신이다. 또 구속된 이씨 또한 부인 명의로 새한티이피 주식을 3,000여주를 갖고 있다. 다른 전ㆍ현직 직원 7명도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새한티이피 지분 1~2%씩을 보유 중인 주주들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유착의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국내 민간 시험기관 1위라고는 하지만, 매출 6억원(2011년 기준)에 불과한 영세업체인 새한티이피는 부품 제조업체한테서 시험용역계약을 따내야 하는 '을'인 상황. 제조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한전기술 측도 이들의 사업실적을 위해 자연스레 범행을 공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한전기술 내부의 최고 '윗선'이 누구인지는 수사를 더 진행해 봐야 하나, 시험성적서 위조를 모의하는 초기 단계 때부터 한전기술 측도 가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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