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무기징역형과 17년형을 안긴 '12ㆍ12 군사쿠데타'가 한국사 교과서들에는 '12ㆍ12 사태'로 표기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주체를 표기하지 않거나, '군사정변' 또는 '반란' 같은 당시 사건의 성격을 알 수 있는 표현 없이 모호하게 설명한 교과서도 있었다.
11일 한국일보가 정부의 검ㆍ인정을 통과해 고등학교에서 쓰이는 한국사 교과서 전종을 살펴본 결과, 6종 가운데 5종이 12ㆍ12 군사쿠데타를 '12ㆍ12 사태'라고 표기했다. 나머지 1종은 아예 명칭을 적지 않았다. 중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9종이 전부 '12ㆍ12 사태'라고 이름 붙였다.
12ㆍ12 군사쿠데타에 대한 설명도 제각각이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3분의 1은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 군사정변, 반란, 쿠데타 같은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삼화출판사는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계엄 사령관을 체포하여 군사권을 장악"(356쪽), 지학사는 "군대의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병력을 동원하여 군사권을 장악"(307쪽)이라고 설명했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주체도 미래엔과 법문사 2종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 없이 전두환 전 대통령만 적시했다.
중학교 한국사 교과서 9종 중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종(교학사, 비상교육, 천재교과서)이 사건의 성격을 알 수 있는 표현을 쓰지 않은 채 설명했다. 교학사는 "전두환이 중심이 된 신군부 세력은 군대를 동원해 권력을 장악"(95쪽)이라고만 설명해 적법한 것으로 이해될 여지를 남겼다. 좋은책신사고는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을 "신군부"라고만 적었을 뿐,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교학사, 두산동아, 비상교육은 전 전 대통령만 표기했다.
이렇듯 한국사 교과서마다 12ㆍ12를 제멋대로 쓰고 있는 이유는 교과서 편수용어에 아예 빠져있기 때문이다. 편수용어는 교육부가 교과서를 기술할 때 쓰라고 정해둔 일종의 정식명칭이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교과서 편수자료'를 보면, 제주 4ㆍ3 사건, 4ㆍ19 혁명, 5ㆍ16 군사정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 등 근ㆍ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대한 용어가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12ㆍ12는 누락돼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피살된 사건은 성격을 규정 짓지 않고 편수용어를 '10ㆍ26사태'로 했다.
박홍근 의원은 "편수용어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정체성을 담는 말로 한국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교육 효과가 있다"며 "12ㆍ12는 1997년에 이미 대법원이 인정한 군사반란이므로 이런 성격이 담기도록 교육부가 편수용어를 정해 교과서에 실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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