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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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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됐다. 수석대표의 급을 둘러싼 이견을 극복하지 못해서다. 전임 이명박 정부 초부터 5년 이상 경색돼 온 남북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회담이 무산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남북은 어제 오후 1시께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사무실에서 연락관 접촉을 통해 대표단 명단을 동시에 교환했다. 그러나 북측이 우리측 수석대표의 격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정부는 당초 수석대표로 류길재 통일부장관을 내세우는 것을 전제로 북측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나올 것을 요구했지만 북측이 응할 뜻을 보이지 않자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한 명단을 제출했다고 한다. 남북은 명단 교환 후 연락채널을 통해 수 차례 전화협의를 했음에도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고, 북측은 급기야 오늘 회담에 대표 파견을 보류한다고 통보해 왔다.

남북이 ‘수석대표의 격’이라는 형식을 놓고 과도한 신경전을 벌이며 회담 동력을 소진한 것은 유감이다. 청와대측은 “격이 맞지 않는다면 시작부터 서로 신뢰하기 어렵다”며

남북 회담에도 국제적 관례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장관급 회담의 전례나 북한의 특수한 사정 등을 감안할 때 보다 유연한 대처가 아쉽다. 북한 내각에는 우리의 통일부에 해당하는 부서가 없다. 그래서 이전 장관급회담에서 우리의 특임장관에 해당하는 ‘내각참사’를 수석대표로 내세워 왔다.

남북은 실무접촉에서 주요 의제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북측은 특히 6ㆍ15공동선언 및 7ㆍ4 남북 성명 기념일 공동행사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이런 점 등에 비춰 수석대표의 격 문제와 주요 의제에 대한 의견을 접근시켜 당국회담 일정을 다시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ㆍ미ㆍ중 3국 사이에 연쇄 양자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외교적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만 대결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남북은 즉각 머리를 다시 맞대고 당국회담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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