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선박 수주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수주전이 올해 들어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수주 물량은 중국이 가장 많지만, 고부가가치 선종을 위주로 ‘실리’를 택한 한국은 수주금액에서, 일본은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쓰는 모습이다.
11일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중국은 1~5월 신조선 누적 수주량에서 531만6,377CGT(수정환산톤수)를 기록, 한국(522만7,293CGT)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특히 지난달 58척(123만2,093CGT)을 수주해 한국(81만4,162CGT)을 큰 폭으로 앞선 것이 컸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금융지원을 등에 업고 물량 확보에 나선 결과다.
그러나 한국은 금액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가고 있다. 지난달까지 국내 조선업체들의 누적 수주액은 128억870만달러로 77억470만달러에 그친 중국보다 50억달러 이상 많았다. 조선시황이 악화하면서 대형 선박과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선을 꾸준히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벌크선 중 가장 크기가 큰 18만DWT(재화중량톤수)급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수주가 전년 대비 144% 증가했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도 227% 급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국이 중ㆍ소형 상선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으나, 한국 업체들은 기술력이 월등한 만큼 앞으로도 대형ㆍ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선전도 눈부시다. 일본은 올해 167만6,556CGT(29억9,200만달러)를 수주하며, 지난해와 비교할 때 5배가 넘는 실적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 업체들은 엔화 약세에 속도가 붙은 4월에만 10억8,500만달러의 수주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꾸준히 증가하던 수주액이 지난달 4억5,200만달러로 급감해 엔저 효과의 지속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중일의 수주물량이 전년 대비 평균 2배 가량 늘었지만, 수주잔량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는 돼야 조선 경기의 회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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