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찰이 반정부 시위의 근거지인 이스탄불 탁심광장 진압 작전에 돌입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12일 탁심광장 내 게지공원에서 시위대와 만나기로 약속한 지 하루만이다.
경찰은 11일 오전 7시 40분 진압 차량 2대를 동원,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았고 광장에 남아있던 시위대 수백 명은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섰다. CNN방송에 따르면 시위대는 나무 방패로 물대포를 막고 철판으로 바리케이드를 쌓은 채 시위를 계속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인명 피해가 우려되자 휘세인 무틀루 이스탄불 주지사는 “터키 공화국 창시자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동상에 걸린 현수막과 아타튀르크 문화센터에 걸린 현수막은 철거하되 탁심광장 자체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광장 인근 건물에서 정부 비판 현수막을 내린 뒤 터키 국기와 아타튀르크가 그려진 깃발로 교체했다. 지난달 31일 시작한 반정부시위로 터키에서는 지금까지 3명이 사망하고 5,000여명이 부상했다.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는 전날 수도 앙카라에서 비상회의를 연 뒤 “에르도안 총리가 12일 시위대 대표와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면서도 “누구든 불법 행동을 했다면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훌리건으로 악명 높은 터키 프로축구팀 팬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스탄불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축구팀 페네르바체, 갈라타사라이, 베식타스의 팬들이 시위에 함께 나섰다고 전했다. 언론은 지난달 중순 페네르바체의 팬이 갈라타사라이 팬의 칼에 찔려 숨지는 등 사이가 안 좋은 축구 팬들이 함께 시위에 힘을 보탠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터키 일간 허리예트의 칼럼니스트 멜리스 알팬은 “베식타스의 팬클럽 카르시가 시위대에 방독면을 나눠주고 부상자를 치료했다”고 말했다. 팬들은 세 팀을 상징하는 색깔을 바탕으로 ‘이스탄불은 단합됐다. 2013년 5월31일부터’라는 문구를 적은 깃발을 제작해 시위를 독려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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