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가수들이 차트에서 사라졌다.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을 제외하면 최근 떠오르는 신인 가수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공인 음악 차트인 가온차트의 올해 주간 가요 순위 10위 안에 2주 이상 머문 신인 가수는 악동뮤지션, 로이킴, 홍대광, 15&(박지민 백예린)뿐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TV 오디션 프로그램인 엠넷 '슈퍼스타 K'나 SBS 'K팝스타' 출신이다.
지난해 여성 솔로 가수 에일리와 주니엘, 그룹 EXO와 B.A.P 등이 데뷔해 인기를 모은 것과는 상반된 현상이다. 올해는 주목할 만한 아이돌 그룹마저 없어 신인 가수의 빈 자리는 더욱 커 보인다. 오디션 스타들만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올 상반기 최고 신인은 'K팝스타 2' 우승팀인 악동뮤지션이라 할 수 있다. 남매로 구성된 이 듀오는 지난해 말부터 '다리꼬지마' '매력 있어' 크레센도' 등의 연이은 히트로 음원 차트 최강자로 떠올랐다. '슈퍼스타K 4'에서 1위를 차지한 로이킴이 '봄봄봄'의 히트로 그 뒤를 이었고 홍대광, 유승우, 투개월의 김예림 등이 줄지어 데뷔했다.
가요 기획사들도 신인을 발굴하는 것보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를 스카우트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무명 신인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방송 출연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가수 매니저 A씨는 "신인 가수 한 명을 키우는 데 2년 정도가 걸린다고 했을 때 약 4, 5억원이 든다"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는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방송 출연이나 홍보가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허각, 존박, 버스커버스커, 서인국, 이하이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가요 차트 상위권을 장식하며 방송국 간에 보이지 않던 장벽을 무너뜨린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매니저 B씨는 "1, 2년 전만 해도 케이블 방송사 프로그램 출신 가수는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엔 그러한 제약이 많이 없어져 오디션 스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TV가 대중음악 소비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환경에서 이 같은 쏠림 현상에 대한 대안을 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씨는 "시청자들이 단순히 음악 자체만을 소비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제작자들로선 음악 자체의 장점뿐만 아니라 음악 외적인 매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면서 "순수 음악 프로그램과 음악 순위 프로그램 사이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만한 프로그램이 늘어야 다양한 장르의 신인 가수들이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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