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고 잘 생긴 데다가 남자답기까지 한 그는 목숨을 걸고 한 여자만을 사랑한다. 상대의 마음이 다른 남자에게 향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순정은 그칠 줄 모른다. 모든 것을 다 퍼부어도 마르지 않는 사랑을 지닌 그는 뭇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6일 종영한 MBC 수목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배우 송승헌(38)이 연기한 한태상 역은 현실에서는 존재 가능성이 희박한 캐릭터다. 그럼에도 1996년 데뷔 이래 '원조 꽃미남'으로 불리며 여심을 흔들어온 그는 사채업자 출신의 냉정한 사업가지만 첫 사랑 앞에서는 아이처럼 순수한 남자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10일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극중 한태상처럼 배우 생활 17년차답지 않게 수줍은 얼굴이었다. "어떤 분들은 송승헌이라고 하면 여성에 대해 잘 알고 여자도 많을 것처럼 여기지만 제가 여자 마음을 진짜 잘 모르거든요. 극중 한태상이라는 인물도 사랑에 서툴고 여자의 심리를 되게 모르는 인물이어서 저랑 비슷한 구석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과거의 연기 패턴에서 벗어나 절제된 감정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처음 이 작품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이 '너는 어떤 역을 맡아도 캐릭터 자체보다 송승헌이 먼저 보이는 게 문제다'라고 하셨어요. 눈빛이며 말투, 행동 하나까지 기존에 제가 가진 버릇들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화난 연기를 할 때 눈에 힘주고 째려보는 습관 같은 건 고쳤죠."
그런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방영 내내 드라마 게시판에는 극중 그가 연기한 태상의 마음을 태웠던 상대역 서미도(신세경)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저라면 미도 입장도 이해가 가요. 태상이 미도를 많이 도와주고 아껴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그를 사랑해야 할 의무나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태상의 사랑을 좀 더 크게 보고 미도를 '어장 관리녀'라며 비판해서 좀 안타까웠어요."
톱스타이지만 드라마 출연 이외에는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데다가 말수도 별로 없는 그는 10년 넘은 연예계 활동에도 불구하고 다소 무색 무취한 이미지를 지녔다.
"이제까지 바른 생활 사나이를 주로 연기한 데다 쉴 때도 운동하고 영화 보면서 조용히 지내니까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죠. 그런 이미지를 깨는 게 제 최대 숙제인데 악역, 이를 테면 살인마나 뱀파이어 같은 역할을 통해 허물을 벗어가야죠."
1990년대 대표적인 청춘 스타 중 하나였던 그는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연기력 부족'이란 뼈아픈 지적이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 다닌다. "그런 평가는 제가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에요. 전작인 '닥터 진'에서는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어요. 연기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를 많이 해요. '비주얼이 좋아서 연기가 잘 안 보인다'는 핑계는 대고 싶지는 않아요. 나이 먹는 거요? 언제까지 청춘 스타만 계속 할 수는 없죠. 멋있게 나이 먹어서 제대로 된 멜로 연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그가 요즘 꿈꾸는 건 소박한 가정을 꾸리는 일이다. " '훌륭한 가장이 될래? 아님 배우가 될래? '하면 저는 행복한 가정의 가장을 선택할 거에요. 그런데 주변을 보면 작고 소박한 가정을 꾸리는 게 정말 쉽지가 않아 보이네요. 극중에서 태상은 결혼이 곧 사랑의 결말인 것처럼 굴었지만 결혼은 현실이자 사랑의 새로운 출발이니까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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