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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무용 위기 홍승엽의 실험이 한줄기 숨길 텄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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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무용 위기 홍승엽의 실험이 한줄기 숨길 텄을까

입력
2013.06.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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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은 국내 현대무용단 중 막내다. 2010년 창단됐다. 현재 국내에서 국공립으로 현대무용단은 딱 2개, 이 단체와 1981년 창단된 대구시립무용단이 있다. 창단부터 지금까지 국립현대무용단을 이끌어온 초대 예술감독 홍승엽(51)이 7월 말로 3년 임기를 마친다.후임으로는 한국공연예술센터 예술감독을 지낸 안애순이 정해졌다.

어느 단체든 처음 생기면 기틀을 잡는 게 일이다. 홍 감독 역시 그게 자신의 임무라고 여겼고, 돌이켜 보면 큰 무리 없이 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더러 달리 평가한다. 감독이 자기 작품에만 치중한다, 현대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자기 스타일에 갇혔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홍 감독은 지금 당장 잘했네 못했네 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평가해달라고 요청한다.

취임할 때부터 그는 현대무용의 국내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이 강했다. 이대로 가면 설 자리조차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살아남을 길을 찾아 후배들이 활동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막차'를 탔다. 늦게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한국 현대무용의 상황이 그렇다. 공연에 가 보면 객석에 무용 전공 학생과 공연 관계자가 대부분이다.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 지방대 무용과의 폐과가 속출하고 있고 점점 가속이 붙고 있다. 표를 사줄 학생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관객이 없는 예술은 존재 가치가 없다. 한국무용이나 발레는 어릴 때부터 그것을 배우는 학생들이 있어 레슨 등 교육 수요라도 있지만, 현대무용은 대학 나와도 무대는커녕 생계를 해결할 학원 강사 자리도 없다. 그동안 신진 안무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은 많았다. 육성만 할 게 아니라 육성된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이를 위해 작은 단초라도 마련하려고 노력했는데, 뜻한 만큼 진도가 나가지는 못했다."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그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우선 티켓 가격을 2만원 이하로 정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예술단인 만큼 표가 비싸서 공연을 못 보는 사람은 없게 하자는 생각에서다. 둘째, 초대권을 객석의 5% 이내로 제한했다. 공연 팸플릿도 신경을 써서 흔히 보던 권위적인 인사말을 없앴다.

"무용계 원로나 식구들을 초대하느라 일반 관객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만드는 건 옳지 않다. 팸플릿의 권위적인 인사말도 관객을 모시는 자세가 아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고정 단원이 없다. 작품을 할 때마다 거기에 맞는 무용수를 오디션으로 선발해서 공연을 올리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해왔다. 홍 감독이 오기 전부터 정해진 이 원칙에 대해 무용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열심히 하든 말든 때가 되면 월급 받는 고정단원제가 빠지기 쉬운 무사안일의 함정을 피했다고 본다. 고정 단원이 없어서 앙상블이 깨질 거라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 작품에 참여한 무용수가 다음 작품도 하고 싶으면 오디션 봐서 붙으면 된다. 그렇게 다시 선발되는 사람이 70~80%를 차지한다. 이 달에 선보일 신작도 댄서들 절반 이상이 나와 2년 이상 함께한 이들이고, 나머지도 국립현대무용단 프로젝트를 해봤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매년 홍 감독이 직접 안무한 작품 1편 외에 외부 안무가 작품을 선보이는 무대로 해외 안무가 초청 공연과 국내 젊은 안무가 초청 공연을 해왔다. 홍 감독의 작품으로는 2011년 '수상한 파라다이스', 2012년 '호시탐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호시탐탐'은 '라쇼몽_어쩔 수 없다면'과 '냅다, 호랑이 콧등을 걷어찼다'의 2개 작품으로 돼 있다.

"예술감독을 맡을 때부터 내 작품 하나도 못해도 좋으니 신진 예술가들에게 최대한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국내 젊은 안무가들 작품을 소개하는 '댄스 살롱'의 올해 공연에는 4명이, 재작년에는 6명이 각각 20~30분 길이 작품을 올렸다. 작년은 사정이 여의치 못해 원로 안무가 전으로 바꿔 진행했다."

퇴임을 앞둔 홍 감독의 마지막 작품은 6월 28~3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리는 올해 신작 '개와 그림자'다. 개울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다른 개인 줄 알고 입에 문 고기를 뺏길까 봐 짖다가 고기를 빠뜨리는 어리석은 개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아 자아와 허상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이 공연을 마친 뒤 국립현대무용단은 7월 독일로 간다. 8일 뷔츠부르크극장 초청 공연에 이어 24일 바트 홈부르크극장 초청 공연, 27일 베를린축제극장의 한국-독일 수교 130주년 공연이 잡혀 있다. 특히 뷔츠부르크 공연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발레단, 덴마크 왕립발레단, 스웨덴 예테보리 발레단 등 유럽 최고의 7개 국립발레단들이 참여하는 갈라 공연에 나란히 초청받은 것이어서 더 가치가 있다. 홍 감독의 '호시탐탐' 프로젝트 중 '냅다, 호랑이 콧등을 걷어찼다'의 하이라이트를 가져 간다. 바트 홈부르크 극장 공연은 여러 단체 중에 끼는 형태가 아니라 홍 감독의 '호시탐탐' 프로젝트 작품 2편을 올리는 단독 공연이다. 극장 측이 작품 비디오를 보고 초청했다.

독일 공연을 끝으로 예술감독 임기를 마치면, 무용가 홍승엽의 개인 활동이 이어진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일단 독일 북부 올덴부르크 극장이 부탁한 신작 안무가 첫 번째 일이 될 것이다. 8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작품을 만들어서 초연을 보고 올 예정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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