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 들렀다. 빵을 고르고 있던 몇 명의 손님 중에는 금발의 외국인 남녀가 섞여 있었다. 단박에 눈길을 끄는 한 쌍이었다. 똑같이 환한 머리칼. 얼굴과 팔뚝의 주근깨. 후리후리한 키. 남매일 듯 했다.
내가 청년 쪽의 하반신을 본 건 그들이 빵쟁반을 들고 진열대에서 카운터로 옮겨갈 때였다. 반바지 아래로 왼쪽은 털이 숭숭 난 하얀 다리가, 오른쪽은 가늘게 빛나는 강철다리가 드러나 있었다. 양 발의 스니커즈는 큼직하고 경쾌했다. 동행의 여자가 지갑 속의 동전을 손바닥에 한 움큼 올려놓고 직원에게 계산을 맡기는 동안, 그는 잠시 팔짱을 끼고 유리문 밖의 거리에 무심히 시선을 던졌다. 와. 멋지다. 청년의 당당한 의족은 장애를 위한 보조도구가 아니라 사이보그 스타일의 장신구처럼 보였다.
빵집을 나오는데 쿠키 코너에 있는 사람 모양의 과자가 눈에 들어왔다. 문득 '헨젤과 그레텔'을 멋대로 각색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마녀는 헨젤에게 마법을 걸어 과자로 만든다. 오빠를 찾아 헤매는 그레텔에게는 그 과자가 담긴 접시를 내민다. 허기진 그레텔은 쿠키의 다리 부분을 한 입 베어 문 후 까닭모를 슬픔에 목이 메고, 우여곡절 끝에 마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아낸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잃은 채 마법에서 풀려난 헨젤은 천사로부터 강철다리를 선물 받는다는, 뭐 그런 이야기… 너무 엽기적인가.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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