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로펌에 취업한 고위 공직자 출신의 수임자료가 국회에 의무 제출되도록 변호사법이 개정됐지만, 서울지역 변호사들의 80%는 전관예우(前官禮遇)가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서울지방변호사협회(회장 나승철) 주최로 열린 ‘전관예우 근절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변회 소속 761명의 변호사 가운데 365명(48%)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전관 변호사를 찾는 의뢰인이 존재하는 한 (전관예우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음성적이고 변형된 형태로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답한 변호사도 249명(32.7%)에 달해, 80.7%가 전관예우 근절에 회의적이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전통문화의 힘이 강한 사회일수록 연고주의가 강하게 발현되는 데 한국이 그렇다”며 “연고주의가 직역이기주의로 바뀌면서 나타난 것이 전관예우인 이상 감정적으로 ‘없애자’고 소리만 쳐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이후 1년 동안 마지막 근무지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전관예우금지법의 시행 효과에 대해서도 대다수 변호사들이 부정적이었다. 설문 응답자의 62.5%(476명)가 “전관예우방지법을 피해 우회적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있어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전관예우 문제점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영역으로 검찰 수사단계(37%)를 꼽았다. 뒤를 이어 형사 하급심 재판(23.7%), 민사 하급심 재판(16.6%)에서도 빈번히 전관예우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했다.
해결책으로는 평생법관ㆍ검사제 정착(21.5%)과 재판 모니터링 강화(18.6%)가 가장 많이 제시됐으며,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내역 공개(16.6%)와 퇴직 후 일정기간 동안 변호사 개업 전면금지(13.8%) 방안도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승철 서울변회 회장은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넓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법의 지배가 실현되는 선진사회로 나가기 위해 많은 논의와 고민을 통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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