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운전기사가 갖고 있는 차명 계좌에 노 전 대통령의 재산으로 보이는 30억원이 숨겨져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 변호사인 이흥수 변호사는 10일 "노 전 대통령 측 운전기사 정모씨가 지난 2009년까지 농협, 국민은행 등 5개 금융기관, 9개 계좌에 모두 30억3,500만원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국세청이 지난해 초 재우씨 회사인 오로라씨에스(옛 미락냉동)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시 국세청은 직원명의로 된 차명 의심계좌 확인을 위해 오로라씨에스 측에 '차명계좌 추정자료에 대한 소명요청서'를 보냈다. 차명 의심계좌는 모두 15개(7명), 금액은 38억8,500만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정씨의 것이 전체 금액의 78%인 30억3,500만원에 달했다.
정씨는 지난 1998년부터 2011년 7월까지 오로라씨에스 직원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노 전 대통령 집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정씨의 당시 연봉은 3,900만원에 불과하다. 정씨 통장에는 지난 2005년 1월부터 뭉칫돈이 입금됐으나 2009년 10월까지 차례로 출금됐다.
이 변호사는 "오로라씨에스 측에서 당시 정씨에게 이 계좌의 존재에 대해 물어보니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더라"며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만든 게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씨 계좌가 개설된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 지점들은 노 전 대통령이 사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변이어서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또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현씨 명의로 된 대구시 동구 지묘동 팔공보성아파트(322㎡, 3억원 상당)도 재우씨가 형인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구입해 자신의 명의로 갖고 있다가 노 전 대통령 지시로 무상으로 소유권을 넘겨준 것"이라며 "재현씨 명의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노 전 대통령 자택 옆 별채(318㎡, 30억원 상당) 등 노 전 대통령 일가 명의로 된 부동산도 은닉재산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자금 출처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고 노 전 대통령 측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고만 답했다.
대법원이 1997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선고한 뇌물 추징금은 모두 2,628억9,600만원이며 노 전 대통령은 이 가운데 2,397억원을 냈고 231억여원을 미납한 상태다.
용인=김기중기자 k2j@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