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우여곡절 끝에 12일부터 이틀간 당국회담을 열기로 10일 합의하면서 실제 어떤 성과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이번 회담은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북한 김정은 체제의 대남정책이 현실성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다. 이를 통해 양측의 접점이 모색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실무접촉에서 나타난 양측의 기싸움을 고려하면 본회담이 마냥 순조롭기는 어려운 지점도 있다. 과연 남북이 2년4개월 만의 당국회담에서 성과를 낼수 있을지 협상의 핵심 측면을 미리 짚어봤다.
우리측은 실무접촉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3가지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북측도 이들 의제를 당국회담에서 다루는데 이견이 없다.
우리측이 3가지 의제를 모두 관철시키면 금상첨화지만 현실적으로 '1승 2무' 정도만 해도 회담은 성공작으로 평가될 수 있다. 남북이 추석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하기로 약속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개성공단ㆍ금강산 문제는 일단 해법의 물꼬를 튼 뒤 향후 추가 논의에서 마무리 짓기로 합의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런 시나리오는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간 유일한 교집합이라는 점 때문에 나온다. 남측은 고령화된 실향민의 아픔을 달래고 북측은 인도주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북측은 통상 이산가족 상봉을 대가로 경제지원을 요구해왔다.
개성공단 문제의 성패기준은 북측이 일방적으로 공단 조업을 중단시키는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정부는 말이 아닌 문서로 이를 확약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이런 '정공법'에 거부감을 보일 경우 3통(통신, 통행, 통관) 문제 해결을 내세워 우회적으로 간극을 좁혀나갈 수도 있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이후 관광 중단에 따른 책임 있는 조치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우리의 1승2무 전략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원장대행은 "남북 합의가 이산가족 상봉에 그치면 퍼주기 논란이 일 수도 있다"며 "난이도가 높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까지 확실한 돌파구를 찾아야 정부가 체면치레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측이 실무접촉 합의문에 추가 의제로 명시한 6ㆍ15, 7ㆍ4공동행사와 민간인 왕래 문제는 회담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할 변수다. 북한이 지난 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당국대화를 제의하면서 강조한 내용들이다. 우리 정부는 6ㆍ15행사나 남북 민간인 접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다. 따라서 북한이 이들 요구 중 하나라도 곧이 관철시키면 우리 정부로서는 실패한 회담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남북은 당국회담에서 각자의 관심사인 개성공단 등 세 가지 주요 의제와 6ㆍ15나7ㆍ4행사를 상호 저울질하면서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양측이 어느 선에서 절충할지가 관건으로 보이다. 먼저 우리측이 개성공단 등 세 가지 이슈에 대한 '1승 2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6ㆍ15행사를 조건부로 수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6ㆍ15 행사의 취지를 살리되 체제 선전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참가인원이나 북한 체류기간, 이동범위를 제한하고 북측 당국의 보장을 확약 받는 것이다. 우리측은 민간인 방북의 경우 인도주의 목적에 적합할 경우 전향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북측에 역제안을 할 수도 있다. 설령 우리측이 북한이 제기한 의제에서 '1패'를 당하더라도 어렵사리 열린 회담 전체의 틀을 깨서는 안 된다는 전략적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당초 북측은 12일 하루 회담을 제안했지만 우리측이 13일까지 일정을 연장한 것은 의제를 좀더 깊이 있게 다뤄 어떻게든 해결방안을 마련하려는 의도"라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주요 의제가 난항을 겪을 경우 6ㆍ15행사와 어느 정도 연계해 득실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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