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만여 명의 세무사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세무사회가 18일부터 시작되는 임기 2년의 세무사회장 선거를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정구정 현 회장이 거센 반대 여론을 뚫고 3선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세무사회 역사 51년 동안 3선 도전은 1980년대 10대와 14, 15대 회장을 지낸 임영득 회장 이후 23, 25대 회장을 지낸 정 회장이 두 번째다.
정 회장에 맞서 회장후보로 출마한 이창규 세무사 측은 10일 "정 회장과 현 세무사회 집행부가 4월 10일 3선을 반대하던 이사 5명을 해임 및 사표 처리한 데 이어, 지난달 14일 새로 이사회를 구성해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선거규정을 고쳤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에는 회장후보 4명, 감사후보 4명, 윤리위원장후보 2명 등 총 10명이 출마했다.
세무사회 한 이사는 "현 집행부가 상대 후보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선거규정을 고친 것은 심판이 자기 맘대로 룰을 고쳐가며 경기에 뛰어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개정 선거규정에는 ▦후보의 언론 인터뷰 금지 ▦회원에게 문자메시지 전송 때 선거관리위원회에 내용 제출 ▦선거 당일 회장후보 소견발표를 기존 15분에서 7분으로 단축 등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이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구정 회장은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 전송을 제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며, 후보가 4명이나 출마해 시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소견발표 시간을 단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본인이 출마하는 선거를 앞두고 상대후보 의견도 묻지 않고 규칙을 바꾼 것은 불공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상대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얼버무렸다. 이창규 후보는 "2월 초 출마선언을 했는데 상대후보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정 회장의 3선 도전에 반대해 4월 상근 부회장직을 사임한 김종화 세무사는 "이번 선거 후보들이 기존 규정대로 소견발표를 해도 2시간이면 충분한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핑계로 소견발표를 제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세무사는 또 "통상 선출직 윤리위원장이 선거관리위원을 지명해왔는데, 이번에는 정 회장이 대다수 위원을 직접 선발해 선관위가 중립성을 잃은 상황"이라며 "이대로 선거가 진행되면 1970년대식 '체육관 선거'가 재현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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