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수원지검 강력부는 대마초를 흡입한 한국계 캐나다인 송모(26)씨를 구속 기소했다. 민간인인 송씨가 대마초를 얻은 경로는 주한미군 군사우편. 송씨는 친분이 있던 미군 앞으로 자신이 주문한 우편물이 도착하게 하는 수법으로 두 차례 대마초를 밀수했다 덜미를 잡혔다.
주한미군의 군사우편이 국내 마약 반입루트로 활용되고 있다. 인천지검이 수사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28)과 얼마 전 구속된 범 현대가 3세 정모(28)씨가 피운 대마초도 이 루트를 통해 밀반입된 것이다. 세관이 미군 군사우편물에 대한 마약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큰 허점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내 미군 군사우체국(JMMT)에서 적발된 마약류는 2008년 2건(33g)에서 지난해 6건(2,905g)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대마초 등이 2건(1,148g) 적발됐다. 통상 성인 1명의 1회 투여량을 0.05g으로 추산할 때 지난해 적발된 마약은 무려 5만8,000명이 동시에 투여할 수 있는 양이다. 다만, 이는 적발량일 뿐 재벌가 자제들이 피운 대마초 등 감시에 걸리지 않고 통과하는 마약은 수 배 또는 수십 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JMMT에서는 엑스레이 검색기 1대와 마약탐지견 2마리로 하루 평균 8,000∼1만㎏(약 1,500상자)의 우편물을 검색한다. 엑스레이 검색기로는 전체 우편물을 모두 살피지만 직접 뜯어보는 정밀검사는 전체의 2~3%밖에 안 된다. 비정규직 3명을 포함해 총 8명뿐인 인원 문제도 있지만 국내 반입 우편물은 검색 시간이 오후 1시~3시30분까지로 한정돼 시간에 쫓기는 탓도 크다.
더욱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입ㆍ출국하는 미군과 군대에 탁송된 군사화물 등은 아예 세관검사를 거치지 않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100% 잡아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JMMT 인원 보충은 추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사우편 이외에도 최근 몇 년 새 일반 국제우편을 이용한 주한미군 마약 밀수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우리 수사기관의 경우 단독 수사가 어려운 점도 발목을 잡는다. 투약자 등의 진술에 의존하는 마약 수사 특성 상 주한미군의 마약범죄 정보입수도 힘들고, 정보를 입수한다 해도 치외법권지역인 영내에 있을 경우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2006년 1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것도 미군 마약 단속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한다. 전략적 유연성은 해외 주둔 미군이 유사 시 세계 곳곳에 신속히 배치되는 것으로, 미군은 우리 정부에 이런 사항을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미군이 얼마나 들어오고 나가는지 조차 알 수 없는데 마약 등에 대한 총체적인 감시는 불가능하다" 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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