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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중시하는 독일의 민주주의 가치관 거울 삼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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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중시하는 독일의 민주주의 가치관 거울 삼을 만"

입력
2013.06.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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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중에서도 공로자가 한둘이 아닌데…후배 독문학자나 인문학자들에게 격려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과 독일의 학술·문화 교류에 이바지한 공로로 12일 독일 정부로부터 십자공로훈장을 받는 안삼환(69)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는 10일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선후배들에게 미안한 심경"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유명 독문학자다. 독일 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연세대와 서울대에서 35년간 후학을 양성해왔다. 독일의 대표적인 근현대 작가인 괴테의 '빌헬름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토마스 만의 '토니오크뢰거'를 국내에 번역, 소개했다. 서울대 인문대 독일학연구소장, 한국괴테학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장 등을 역임하며 수많은 한독학술심포지엄을 열어 한ㆍ독 문화교류에 크게 기여해왔다.

지난해 11월엔 외국 독문학자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야콥 및 빌헬름 그림 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이 상은 독일의 국어학자 및 민속학자로서 그림동화집 등 큰 학문적 업적을 남긴 야콥 그림 및 빌헬름 그림 형제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아시아에서 인도, 일본에 이어 세 번째 받은 상이다.

안 교수는 "작년에 받은 상은 독문학자로서 학술적 업적을 인정받은 것이라면 이번 훈장은 문화교류 등 종합적 판단에 근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영천 출신으로 소설가 꿈을 안고 서울대 독문과에 입학한 그는 같은 과 2년 선배인 소설가 이청준씨와 문학을 향한 열정을 나눈 문학도였다. 하지만 독문학에 매력을 느끼면서 학문의 길을 택해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데모를 하다 머리에 큰 상처를 입어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던 그에게 독일 사회는 매순간이 충격이었다.

"민주적인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민주적인 사회체제가 어떤 것인가를 학교와 일상에서 매순간 접했는데 큰 충격이었습니다. 독일의 민주적인 제도를 한국사회에 소개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기도 했지요."

그 때의 다짐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했다. 미국적 가치들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인간을 중시하는 독일적 가치관의 활용은 매우 크다는 생각이다. 안 교수는 "민주적이면서 인간주의적인 독일적 가치가 미국 중심적이고 지배ㆍ피지배와 갑을문화로 대변되는 현 상황을 변화시킬 교정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앞으론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재발견하고 외국에 알리는 일에도 도움을줄 계획이다. "우리 옛선비들의 족적, 묘비명, 문집을 공부하고 있어요. 직언, 불의에 굴하지 않는 태도 등 한국적인 가치를 외국에 수출하고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일조하고 싶습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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