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누리과정 확대, 고교 무상교육 실현, 특수교육 개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교육여건 개선 등을 약속한 박근혜정부가 교육복지재원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말에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에 따르면, 공약재원은 증세 없이 비과세·감면 정비, 투자 우선순위 조정 등을 통해 마련하며, 교육복지재원도 내국세 교부율을 조정하지 않고 세출절감을 통해 마련한다고 되어 있다.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우선순위 조정과 지출 효율화를 통해 기존 지방교육재정 구조 내에서 교육복지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과연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교육재정도 줄어들까? 2001년 이후 유·초·중등 학생 수는 111만명(14.2%)이나 줄었기 때문에, 지방교육재정 수요도 줄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개발사업지역 학교 신설 증가, 과대학교 및 과밀학급 해소, 특수학급 증가, 비교과 교원 증가 등으로 오히려 1,300개 학교, 2만5,000개 학급이 늘었고, 교원도 3만4,000여명이나 증가했다. 교육재정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산당국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국가가 시행해야 할 각종 국고보조사업을 특별교부금사업으로 떠넘기고,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보육료지원사업을 보통교부금사업으로 떠넘겼다. 결국 지방교육재정이 부족해서 지방채를 발행해야 했고, 학교를 민간투자사업(BTL)에 의해 신축해야 했다. 예산당국의 설명대로라면 마땅히 남아돌았어야 할 교육재정이 오히려 부족했고, 앞으로 상환해야 할 지방교육채무액이 13조원(지방채원리금 2조원, BTL지급금 11조원)에 이른다.
학생 수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학교 신설수요가 계속 대기 중에 있고, 교육의 질적인 변화도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재정 수요는 곧바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대통령이 공약한 누리과정 확대, 고교 무상교육 실현, 교육여건 개선 등에 필요한 교육복지재원마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려 하고 있다.
교육재정 수요는 학생 수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학급 수와 학교 수, 그리고 학급 수에 따라 결정되는 교원 수와 더 큰 관련이 있다. 교육활동은 주로 학급을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교육재정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공약이행 시한인 2017년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개발사업지역을 중심으로 학교 신설 수요가 계속 대기 중에 있어서 학급 수와 학교 수 및 교원 수의 증가가 이어질 것이며, 교육의 질적 개선도 중단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사회가 달라졌듯이 교육과정, 교육방법, 학생, 교사는 물론, 학부모도 달라졌다. 국가예산 담당자들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안 된다. 그때는 교실에 선풍기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에어컨이 필수이며, 수세식 화장실에 만족하지 않고 비데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7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한 학급에 '수용'되었지만 지금은 30명도 많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칠판과 분필만 있으면 되던 시절에서 PC, 빔프로젝터를 거쳐, 이제는 태블릿 PC, 스마트폰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학생 수 감소를 염두에 두고 세출을 절감하여 교육복지에 투입하겠다고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머지않아 학부모들이 유상교육이라도 좋으니 제대로 된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할 때가 올 것이며, 그때에 대비하여 예산당국은 지금 대답할 말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교육복지는 별도 재원을 확보해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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