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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98> 할리우드의 영원한 신사 그레고리 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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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98> 할리우드의 영원한 신사 그레고리 펙

입력
2013.06.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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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어느 즈음이었던 것 같다. KBS '명화극장' 아니면 MBC '주말의 명화' 였으리라.

워낙 늦은 밤에 방영을 했던 터라 주말이면 안방에서 부모님 눈치 봐가며 소리를 죽여 놓고 숨죽여 TV화면을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당시 흑백 화면을 가득 채운 남녀 주인공은 너무나 멋있었고 예뻤다. 신문기자와 공주의 로맨틱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그 유명한 '로마의 휴일'이다.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작은 나라의 공주 앤(오드리 헵번)은 틀에 박힌 일정에 싫증을 느껴 남몰래 대사관을 빠져 나와 벤치에서 잠이 든다. 이를 발견한 신문기자 조(그레고리 펙)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고 신문에 난 사진을 통해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특종을 향한 집념에 불탄다.

다음날 조는 우연을 가장해 로마 시내에서 그녀를 만나 스페인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진실의 입에 손을 넣는 등 평범한 연인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은 친구의 라이터 사진기에 기록된다. 꿈 같은 하루가 흐르고 앤은 다시 그녀에게 주어진 사명을 위해 공주 신분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서로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둘은 공주의 귀국 기자회견장에서 마주치게 되고 조는 특종을 위해 찍은 그녀의 모든 사진을 선물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2003년 6월 11일 영화의 히어로 그레고리 팩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신인이었던 헵번은 영화에서 그의 상대역을 맡아 청순미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1916년 캘리포니아 주 라호야에서 태어난 펙은 약사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UC버클리 의대에 진학했지만 연극에 심취해 대학 생활을 문학과 연극반에서 보냈다. 졸업 후 뉴욕으로 건너가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다 44년 '천국의 열쇠'에서 주인공 신부 역을 맡아 눈부신 연기를 선보이며 놀랄만한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47년부터 3년 동안 '이어링', '신사협정', '정오의 출격' 등 3편의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로마의 휴일'같은 로맨스 영화를 포함해 전쟁을 다룬 '나바론의 요새' 그리고 SF걸작 '그날이 오면' 에도 이름을 새겨 넣었다. 특히 에이허브 선장과 흰 고래 모비딕과의 사투를 그린 영화 '백경'에서는 선장 역을 맡아 흰 고래와 함께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명 장면을 연출하며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62년 억울한 누명을 쓴 흑인 배우를 변호하는 의지의 시골 변호사 역의 '앵무새 죽이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후 수 많은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게리 쿠퍼, 존 웨인, 로버트 테일러 등의 뒤를 이어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배우가 됐다.

수려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사생활에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그는 첫 결혼에 실패한 후 55년 기자출신의 베로니크 파사니와 재혼해 여생을 함께 했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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