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만의 갯벌이 줄고 어패류의 씨가 말라가는 등 황폐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후죽순처럼 인공구조물이 들어서고 있어 순천만에 대한 정책 우선순위를 관광에서 보전으로 바꾸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민사회단체인 동부지역사회연구소(동사연)는 지난해 10월 순천만 주변마을 11개 어촌계를 대상으로 어업활동을 조사한 결과 2003년 순천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오히려 갯벌 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어패류 어획량이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6~7년 사이 짱뚱어 꼬막 맛조개 칠게 등 순천만 갯벌을 대표하는 어패류가 자취를 감추거나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짱뚱어는 와온 등 9개 마을에서 마리로 셀 정도로 씨가 말랐고 거차·우명 마을은 5년 전에 비해 어획량이 5분의 1에 불과했다. 참꼬막과 맛조개도 순천만에서 거의 실종된 상태다. 한때 전국 생산량의 70%를 상회했던 자연산 참꼬막은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줄었고 일부 마을에서 종패를 뿌린 뒤 생산하고 있으나 폐사율이 높아 5년 전에 비해 어획량이 절반아래로 뚝 떨어졌다. 맛조개도 생산이 끊긴지 오래됐으며 일부 마을에서 소량 채취되고 있는 수준이다.
한 어촌계장은 "5~6년 전까지는 갯벌에서 3억원 정도의 소득을 올렸으나 지금은 짱뚱어와 참꼬막 맛조개 씨가 말라 소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동사연은 주암댐 방류수로 인한 순천만의 수온 저하와 담수화가 어패류를 급감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으며 갈대면적 확산으로 인한 갯벌 감소, 유입하천의 오염 및 마을 생활폐수, 어민들에 대한 지원 부족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불법건축물과 수백 개의 교각이 설치된 경전철(PRT·무인궤도차) 등 무분별하게 난립한 인공구조물도 순천만의 황폐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순천만으로 유입되는 동천과 이사천 하류지역은 각종 개발행위로 인해 해마다 이곳을 찾은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가 지난해부터 관측되지 않고 있다.
동부지역사회연구소 장채열 소장은 "순천만 갯벌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순천시의 소홀한 대책 탓에 생태계 자료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며 "시가 실적과 일시적인 전시행정에서 벗어나 순천만 생태보전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순천시 관계자는 "그동안 습지복원과 철새 보호에 노력해왔으나 축적된 자료 부족으로 보전 대책이 미흡했다"며 "순천만 입장객 통제 방안과 관리, 어업현황 등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하반기쯤 시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순천만은 전체 갯벌의 면적이 22.6㎢에 이르고 국내 연안습지로는 처음으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곳으로 흑두루미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220여종의 보호조류의 서식지로 알려져 국제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이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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