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 정보 수집 프로그램인) ‘프리즘’을 통제 하지 않아 실망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개인 정보 수집 의혹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가 신원을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요원으로 활동했던 에드워드 스노든(29)이 9일 자신이 그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고 언론에 고백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민간인의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 내역 등을 수집했다고 최근 보도했는데 스노든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에서 그 같은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숨을 이유가 없다”며 자신을 드러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스노든은 2003년 입대, 특수 업무 수행을 위해 훈련하던 중 다리를 다쳐 제대한 뒤 NSA의 보안 요원이 됐다. 그곳에서 다양한 기밀 문서에 접근했던 그는 2007년 CIA로 옮겨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보 보안 요원으로 일했다. 그는 “당시 정부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것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됐다”며 “오바마는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와 달리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믿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2009년 NSA로 복귀해 프리즘의 작동 방식을 알게 됐다. 스노든은 “프리즘을 사용하면 특정인의 이메일, 비밀번호, 통화기록, 신용카드까지 알 수 있다”며 “어떤 보호 장치를 설치해도 안전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스노든은 이번 폭로를 위해 근무하던 NSA 하와이 본부에서 3주 전 비밀 문서를 복사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상급자에게 “지난해 앓았던 뇌전증 치료를 위해 휴가를 내겠다”고 말하고 홍콩으로 간 그는 그곳에서 가디언 등의 기자들과 만나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그는 “정보 유출에 따른 위험을 알고 있지만 그게 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잘못을 폭로했다고 해서 정부가 보복하겠다고 하면 공공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나라로 망명하고 싶다”며 “이를 가장 잘 아우르는 나라가 아이슬란드”라고 말했다. 하지만 크리스틴 아르나도티르 중국 주재 아이슬란드 대사는 스노든이 홍콩에 있는 한 망명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를 놓고 미국 의회에서 국가안보와 사생활 보호 가운데 무엇이 우선이냐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전했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기밀 프로그램을 노출하는 것은 국가안보에 위험하다”며 “기밀을 유출한 이들은 기소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랜드 폴 상원의원은 “NSA가 민간인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이는 불합리한 체포, 수색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4조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반대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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