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대기업들이 보육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직장 어린이집을 반드시 짓도록 법이 바뀐다. 현재 1층에 두어야 하는 어린이집을 내년부터는 5층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기준이 완화된다.
정부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직장 어린이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기준 완화와 예산지원 확대가 정책의 뼈대다. 정부는 설치기준이 엄격해 직장 어린이집 설치가 어렵다는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수용,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현재는 사업장과 별개의 건물에 어린이집을 만들 경우, 1층에만 짓도록 돼있으나 앞으로는 안전이 확보될 경우 5층에도 지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원이 50명을 넘으면 옥외놀이터를 둬야 하지만 내년부터 옥외놀이터와 실내놀이터, 옥상 놀이터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바꿀 계획이다.
어린이집 설치비 지원액수도 내년부터 상향조정한다. 기업 단독으로 만들 때 지원액 상한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2개 이상의 기업이 공동으로 설치할 때 지원액 상한은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올린다. 어린이집 설치비용이 평균 5억9,00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를 보조받게 되는 셈이다.
어린이집 의무설치 규정이 없어 직장보육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중소기업(제조업 기준 500명 이하)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돼 교사 1명당 월 100만원인 인건비 지원액수를 월 120만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지난해 직장 어린이집 지원 예산(458억원)의 55%(250억원)가 인건비 지원이었다.
정부의 목표는 지난해 39.1%인 직장 어린이집 의무설치 기업(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등)의 어린이집 설치율을 2017년까지 70%까지 높이겠다는 것. 올해까지는 보육수당(정부 지원보육료의 50% 이상ㆍ0세 기준 19만7,000원 이상)을 지급하면 직장 어린이집 설치의무를 면제해줬지만 내년부터는 보육수당을 주더라도 직장 어린이집을 짓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법 위반기업은 6개월간 정부부처 홈페이지에 기업이름을 공개했으나 내년부터는 1년간 공개할 방침이다.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어린이집의 설치 확대 계획에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옥외놀이터 설치의무 폐지 등 기준완화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누리과정에서는 야외놀이를 하루 1시간 이상 하도록 돼있지만 정부가 스스로 이를 어기도록 한 것"며 "국공립 어린이집, 민간 어린이집 등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야외놀이터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의무설치 기업이 법을 위반해도 과태료 부과 등 벌칙조항이 빠져있는 것은 여전한 한계"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직장 어린이집 의무설치 기업 중 25.7%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나, 기업명 공개 외에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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