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압박에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사퇴하면서 '명분 없는 관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은행 노조와 부산 시민단체들은 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잇따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10일 사퇴 성명서에서 "최근 거취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심사숙고 한 결과 지금 시점에 사임 의사를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BS금융지주와 부산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회장의 장기집권을 거론하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그 이유로 이 회장이 2006년부터 부산은행장을 2연임했고 작년 3월부터는 지주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이 기간 동안 이 회장이 지주와 자회사의 상당수 임원을 자신의 모교 출신으로 채우는 등 장기재직에 따른 리스크 요인이 크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BS금융지주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기업인데다 경영 상태도 양호해 금감원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은 이 회장이 은행장으로 취임한 2006년 자산규모 20조원 안팎에서 작년 말 43조원으로 급증했고 당기순이익도 2005년 말 1,789억원에서 작년 말 3,517억원으로 불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5.19%로 높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5연임에 성공해 13년째 씨티은행을 이끌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이 회장의 7년 재임을 장기집권으로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BS금융 회장직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 위해 금융감독 당국이 총대를 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실세와의 교감 없이 금감원이 독단적으로 민간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을 압박 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노조는 이날 "금융당국이 합당한 사유나 법적 근거 없이 순수 민간금융회사의 CEO 퇴진을 요구한 것은 직권 남용이자 명백한 관치"라며 "낙하산 인사 저지를 위해 전 계열사 임직원의 역량을 집중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도 사의 표명을 하면서 정부 외압을 겨냥한 듯 "차기 회장은 반드시 내부 승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