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월 국회는 의미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동시에 지난해 대선에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가 정책으로 실현될지 여부가 결정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창조경제가 현 정부의 경제 기조로 어떻게 자리 잡힐지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나라가 1980년대 중화학공업으로 먹고 살던 시절, '로하스(LOHAS) 기업'을 창업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 과연 누가 믿어 주었을까. 당시만 하더라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작물들은 벌레가 먹거나 때깔이 좋지 못한데다 대개 크기도 작았기 때문에 일반 농산물 시장에서는 제값을 쳐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보기에는 신통치 않은 농산물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고, 그들이 인정하는 새로운 가치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풀무원식품은 그러한 조건에서 창업되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보관과 유통의 문제 때문에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재래식 두부와 콩나물을 신선하고 안전하게 포장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 이는 분명히 그 당시 산업구조와 인식의 틀을 넘어 새로운 차원으로 고객도 자각하지 못하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한 것이다.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사람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는 것이 창조경제이며, '흥부정신, 이타적 경제로의 대전환'이 창조경제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흥부는 제비의 다친 다리를 치료해 주고 많은 재화를 얻었다. 그 재화를 가난한 이웃과 함께 나누었다. 흥부는 착한 경제 주체이자 우리가 본 받아야 할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또한 제비를 다치게 한 뱀조차 놓아준 생명 중시자다. 이렇게 실천되어야 할 창조경제의 기반이 위기에 처한 세계자본주의와 한국경제 현실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의 토대 위에서 성공할 수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직되고 획일화된 경제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혁신적인 기업가도, 창조적인 기업도 불가능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평적 민주적 관계를 형성하고, 각각의 경제 주체가 다양성과 독창성, 창의성을 갖도록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경제성장 없이 민주주의가 발전한 사례도 찾아보기 드물지만, 민주주의의 확대 없이 경제성장을 장기간 지속한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민주화는 시장의 공정함뿐만 아니라 민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시장정책의 공정성 측면은 물론 모든 국민의 노동자와 소비자 지위가 유지되고 향상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목표다. 노동 약자와 소비 약자가 '시장의 주체'로서 소외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창조경제도 마찬가지다. 창조경제는 산업정책 측면은 물론 노동과 교육 및 복지정책으로도 접근되어야 한다. 저성장시대에 선순환구조는 복지 확대를 통해 시장의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말하고 있다.
창조경제가 민생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려면 정부의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게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경제민주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말에서 걱정이 앞선다.
정책은 철학, 시스템, 사람이 성패를 좌우하는데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는 철학과 사람이 없어 보인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물론 창조경제도 대통령의 순시와 발언에 의존하는 '파편적' 방식으로 추진되어선 곤란하다.
정치도 경제처럼 선순환구조를 가지려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마치 유기농이 토양을 새롭게 하고 먹는 이의 건강을 생각하듯 정치도 공익을 새롭게 하고 국민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유기농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원혜영 국회의원ㆍ풀무원식품 창업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