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5,000만원인 대장암 치료제는 건강보험 비급여다. 이보다 10배나 비싼 췌장암 치료제는 급여가 적용된다. 그러나 췌장암 치료제가 환자의 생존을 늘려주는 등 치료효과가 더 뛰어나지는 않다. 고가 항암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건보 급여 결정 과정이 이처럼 주먹구구식이어서 세계 주요 나라들 중 객관성 지표가 최하위로 조사됐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팀은 아시아태평양(한국 일본 대만 호주), 유럽(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북미(미국 캐나다)지역 주요 10개국의 고가 항암제 건강보험 정책을 분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비용효과성에 대한 고려도 지표가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개발돼 품목 허가를 받은 고가 항암제 13개를 대상으로 저비용이면서 생존기간을 더 많이 늘리는 순서대로 급여 적용을 했는지 판단한 것으로, 스웨덴이 0.75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폈고 프랑스(0.73) 영국(0.71) 순이었다. 한국은 스웨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34로 조사대상 가운데 꼴찌였다. 지표가 1에 가까울수록 한정된 자원을 객관적으로 분배했다고 본다.
한국이 꼴찌를 한 원인은 불투명한 급여 결정에 있었다. 영국, 호주를 비롯한 대부분 나라들이 점증적 비교 효과비(일정 수준 삶의 질이 보장되는 수명 1년 증가에 드는 약값) 등 경제성 분석자료를 공개하고 이에 따라 급여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암, 뇌ㆍ심혈관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예산에서 고가 항암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급여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대석 교수는 "고가 항암제들이 암을 완치할 수 있다면 금액에 상관없이 급여화하는 게 옳지만 몇 주 정도 생명을 연장하거나 부작용을 일부 줄인 것뿐"이라며 "한정된 자원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급여결정의 원칙과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비용효과성을 토대로 급여 여부를 결정하지만 외국과 약품 평가방식이나 소득 수준 등이 달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약품의 경제성 분석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약사의 반대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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