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년의 세월은 남북한은 물론 주변의 관련 국가들에게도 갈등과 긴장, 협력과 화해가 교차한 복잡하고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최근에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한껏 고조됐던 긴장이 남북 장관급 회담의 개최 논의와 미중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양상과 해법, 향후 전망 등을 중국의 전문가들에게서 들었다.
中, 여전히 北제재 방해하고 핵확산 눈 감아한·미도 金정권 간접 지원… 붕괴 예측 빗나가北도발 용서한 채 '무조건적 대화' 시도는 문제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북한 문제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다. 이전과 다른 중국의 대북 압박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북한의 도발에서 대화의 필요성을 찾는 것도 반대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심(재균형) 정책은 재원 부족 탓에 희망 사항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등을 돌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 문제의 일부였다. 유엔 제재를 방해하고 북핵 확산에 눈을 감았다. 중국의 대북 경제 관여는 북한의 핵 협상 동기마저 없애 6자 회담 가능성을 줄였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는 대북 강경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중국은 한반도에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 입장을 유지했다. 북한이 호전적 태도를 보일 때도 남북한에 자제를 요청했다. 시 주석은 다르기를 희망하지만 중국 내 목소리를 보면 신호가 다양하다."
-북한 붕괴론은 20년 전에도 있었지만 북한은 건재하다.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북한 붕괴 예측은 빗나갔다. 북한 주민과 엘리트 층에 대한 확고한 통제력이 폭동이나 쿠데타 가능성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북한 붕괴의 결과를 우려하는 외부의 도움도 한 이유다. 중국은 물론 한국과 미국도 핵 무장한 북한의 붕괴 이후를 우려해 김씨 정권의 연장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지만 그 대화가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도발을 막지 못했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지 못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대북 지원이 긴장은 낮췄지만 북한 개혁이나 핵무기 취득 노력은 중단시키지 못했다. 오바마 정부와 북한의 합의, 이명박 정부의 비밀 접촉도 마찬가지였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개혁과 개방을 이끌 수 있다고 보나.
"김 제1위원장이 개혁을 추진하고 노선을 수정할 것이라는 예상은 순진한 것이었다. 1994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도 야심 찬 경제 개혁가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빗나갔다. 김 제1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보다 덜 호전적이고 덜 위험하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북한의 도발과 발언을 어떻게 이해하나.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북한은 긴장을 높여 외교적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 시험 발사와 3차 핵실험의 성공, 외부 위협에 대한 대응은 김정은 체제를 강화시켰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에서 박애적인 이유들을 찾거나 존재하지도 않는 당파적 문제를 거론한다. 그러면서 북한의 행동을 용서하고 무조건적인 관여(대화) 복귀를 정당화하려 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北 3차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 미묘한 변화남북통일엔 핵무기 등 걸림돌… 상당한 시간 필요평화롭게 상존하며 경제협력·인적 교류 늘려야
●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은 남북한 통일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상무위원이기도 한 그는 그러나 "통일을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있는가.
"미묘한 변화가 있다. 과거 중국 학자들은 북한을 어떻게 지지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을 어떻게 압박할지를 얘기한다. 중국 지도자들조차 '중국의 대문 앞에서 일을 일으키지 말 것'을 계속 경고하고 있다."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다녀간 뒤 북중 관계가 복원됐다고 보나.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이 대중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일부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무조건적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비핵화 원칙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북한은 지금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하긴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 회동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마주 보고 대화하며 서로를 더 많이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이면 앞으로 협의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미중 양국은 모두 북한의 핵을 원치 않는다.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난다.
"중한 관계가 매우 밀접해졌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다. 교류도 매우 활발하다. 이는 중한 관계의 튼튼한 기초다. 박 대통령의 방중은 양국 새 지도부가 관계를 강화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양국 사이의 일부 이견들은 천천히 접근하면 풀 수 있다. 사실 고구려 역사 문제는 중국에선 심각한 사안이 아닌데 한국은 크게 받아들이고 있다. 양국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국에는 중국이 남북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아니다. 중국은 통일에 동의한다. 이는 한국이 중국의 통일에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통일에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데 있다. 중국은 큰 대륙이고 대만은 작은 섬에 불과한데도 통일을 못 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경제ㆍ문화ㆍ사회ㆍ인적 교류가 활발한 데도 그렇다. 반면 남북한은 면적도 비슷하고 각 방면의 장단점을 갖고 있어 더 힘들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은 핵무기까지 가졌다. 일단 평화롭게 상존하며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를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 한 순간에 해결할 순 없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北·美, 협의 조건이 달라… 中이 간극 메워야北, 뜻대로 일 안풀리면 또 다시 도발 가능성日의 대북특사는 한미일·6자회담에 오히려 도움
● 히라이와 ??지 간세이가쿠인대 교수
히라이와 ??지(平岩俊司) 간세이가쿠인(關西學院)대 교수는 9일 재개된 남북대화와 관련해 북한은 궁극적으로 북미양자회담을 원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또 다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혼란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도, 미국도 대화를 요구하지만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채 평화협정을 체결하길 원하고 미국은 북한이 이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협의에 임하고 있다. 협의의 조건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가 한반도 정세가 혼란한 가장 큰 이유다."
-북한의 도발 재개 가능성이 있는가.
"북한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4월 한국, 중국,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 대화로 태도를 바꿨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이 원하는 식으로 대화가 되지 않으면 도발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에 특사를 보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이 한국, 미국, 일본의 대북 공동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북일 회담의 진전은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미일 협력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정보 공유, 정책 조정 등의 전제가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잘 되면 한미일의 협력과 6자 회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국이 한반도 평화에 우호적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중국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북한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협상에 임하는 북한과 미국의 생각의 차이를 중국이 어떻게 메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북한 핵 문제를 두고 북한은 북미양자회담을, 다른 나라들은 6자 회담의 재개를 원하고 있다. 북미양자회담은 성사 가능성이 있는가.
"미국은 6자 회담보다 북미양자회담의 실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우라늄 농축 등 핵 활동 유예에 합의한 2012년 2월 29일 북미 합의를 북한이 파기하자 미국은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6자 회담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북미양자회담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중일 3국 정상이 모두 교체되면서 한일ㆍ중일 관계의 개선이 예상됐으나 역사ㆍ영토 문제 등으로 인해 기대만큼 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이 북한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한일관계와 중일관계의 개선은 북한 문제 해결의 필수조건이다. 북한은 한중일 3국의 정책 차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서로를 분리시키려 시도한다. 따라서 3국은 개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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