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7,8일 양일간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하게 천명함에 따라 남북 장관급 회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대북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동조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남북 회담에서도 우리 측의 협상력을 높이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6자 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주장해왔는데 중국이 이에 동조한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말 뿐만 아니라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 압박을 크게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함부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돼 우리 정부로서는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조봉현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북한이 이후에 중국이나 미국과 협의할 때 내세워야 할 것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남북 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북한이 남북 회담에 성의 있는 자세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당장 남북간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기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남북간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이번 남북 회담에서는 우선 쉬운 문제부터 풀어가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홍 연구위원은 "비핵화 문제는 중장기적인 과제로 삼고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 등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인 태도 표명은 괜찮겠지만, 협상의제로 삼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며 "미중 회담으로 인해 오히려 비핵화 언급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중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자국 문제와 중동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다가 북한을 보는 시각이 매우 강고해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북한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중국과 잘 협의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보면서 중국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며 "한중 정상회담도 그런 자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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