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리는 남북 장관급 회담에 우리 정부 대표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나설 예정이다. 류 장관은 9일 역대 남북회담 자료를 훑어보고 기조발언을 직접 챙기는 등 회담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20년 이상 북한을 연구한 학자지만 2007년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장관급 회담이다 보니 부담과 긴장이 적지 않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서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이 카운터 파트로 나와야 장관급 격에 어울린다는 입장이다. 김 부장은 2007년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과 비밀회담을 통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2009년에는 싱가포르에서 이명박대통령 특사였던 임태희 전 의원을 만나 3차 정상회담 협상을 벌인 대남통이다. 최근엔 북한 내 군부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부장이 대표로 서울을 방문할 경우 청와대를 예방, 박근혜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친서를 직접 전달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전례에 따르면 장관급 회담은 2박3일 또는 3박4일간 진행되는 게 보통이며 서울 강북지역의 특급호텔이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역대 21차례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은 거의 평양 고려호텔을 이용해 왔고, 우리측은 제주와 부산에서 열린 세 차례를 제외하곤 신라호텔(4차례), 광장동 워커힐호텔(2차례), 평창동 올림피아호텔과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을 한번씩 이용했다.
정부는 이번에도 역대로 장관급회담이 열렸던 호텔을 중심으로 섭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호텔 주변에서 보수 또는 진보단체가 시위를 하기 쉬운 환경은 안되며 교통이 혼잡하고 보안이 취약한 도심 한복판이나 강남의 호텔도 적합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실무접촉 회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면서 시시각각 현장에 지침을 내리는 등 긴장 속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비롯한 외교ㆍ안보라인 관계자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청와대에 대기하면서 현장 상황을 직접 모니터링 하는 등 재개된 남북간 접촉상황을 예의주시했다.
통일부도 이날 오전부터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중심으로 회담 장소인 판문점 현장 상황을 체크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류길재 장관을 중심으로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회담 내용을 분석하면서 청와대와 유기적으로 북한측의 협상 내용 등에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장관급 회담에서 포괄적 의제가 논의될 예정임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부처와의 협의체제 구축에도 나섰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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