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보조금 시장에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풍선효과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르는 현상. 스마트폰 가입자에게 집중적으로 보조금을 살포했던 통신사들은 정부의 단속이 심해지자, 이 돈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유치에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만 유치하는 게 아니라, 일부는 결합상품 형태로 이동통신 가입자에게도 쓰이고 있어 사실상 편법보조금으로 쓰인다는 지적이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이동통신(스마트폰) 보조금 단속 강화 이후 일부 통신사들이 초고속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결합상품에 40만~50만 원대 거액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유선통신 보조금 상한선을 ▦초고속 인터넷 19만원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 또는 인터넷TV(IPTV) 등 2종을 묶으면 22만원 ▦3가지를 모두 묶은 3종 결합은 25만원으로 정해 놓았다. 따라서 상한선을 2배 이상 넘어 과다 보조금 경쟁이 일고 있는 셈이다.
보조금은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주로 온라인에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판매 사이트들을 보면, 3가지 유선통신 상품을 함께 묶어 가입할 경우 최대 56만원의 현금을 준다.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제공하는 곳은 LG유플러스로, 판매 사이트에 따라 40만~56만원의 현금을 준다.
이에 뒤질세라 SK브로드밴드도 3종 결합상품을 가입하면 40만~53만원의 현금을 주고 있다. KT도 양 사 보다 적지만 3종 결합상품에 35만~40만원의 보조금을 쓰고 있다.
이처럼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일부 통신업체들은 과도한 보조금지급을 판매점에 떠넘기기도 한다. 지난달 말 모 통신업체 대리점주들이 유선통신 보조금 일부를 대리점의 영업비용으로 떠넘기는 '오버펀딩'정책을 강요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버펀딩이란 통신업체에서 대리점에 목표량을 할당하고 이를 채우면 약속한 보조금을 주고 목표량에 미달하면 가입자에게 줘야 할 보조금을 대리점에 떠안기는 방식이다.
통신업체들이 오버펀딩 정책까지 내놓으며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유선통신 보조금이 이동통신 가입자들을 묶어두는 방어수단 역할을 겸하기 때문이다. 즉, 현금을 내세운 3가지 결합상품에 이동통신을 더하면 추가 요금할인을 해주는 방법으로 번호이동을 권유하거나 계약연장을 제시하는 식이다. 사실상 이동통신 보조금으로도 쓰이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합상품 보조금은 유선뿐 아니라 다분히 이동통신까지 겨냥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통신업체들 입장에서는 결합상품에 이동통신까지 묶어 놓으면 쉽게 번호이동을 못하기 때문에 가입자 해지 방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동통신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유선통신 보조금 또한 신규 가입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장기 가입자들로서는 불만일 수 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유선통신은 한 번 가입하면 휴대폰만큼 수시로 옮기지 않아서 가입자들이 보조금 정보에 어두울 수 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인터넷 정보에 빠른 신규 가입자들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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