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가 빚을 받지 않는 대신 채무자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9일 드러났다.
회사원인 A(34)씨는 지난 2002년 생활정보지의 대출광고를 보고 100만원을 빌려 쓰면서 사채업자 B(33)씨를 처음 알게 됐다. 이후 만난 적이 없지만 2011년 초 돈이 급하던 A씨가 9년 만에 B씨에게 1,100여 만원을 다시 빌리면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같은 해 4월쯤 B씨가 "당신 빚을 회수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았으니까 이제부터는 갚지 말고 대신 내가 열 받을 때 당신한테 풀겠다"고 통보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가 빌린 돈 중 500만원을 갚은 뒤 나머지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고 연락이 되지 않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A씨에 따르면 이후 B씨는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화가 나면 A씨를 찾아가 가슴과 뺨 등을 때렸고, 서울 강동구 집 근처로 A씨를 불러내 지갑과 손목시계 등을 빼앗은 뒤 30㎞ 정도 떨어진 집까지 걸어가도록 했다. 전기 모기채를 손톱에 끼워 작동시키는 등 가혹행위도 있었다고 A씨는 밝혔다. B씨의 이러한 폭행은 지난해 10월까지 1년 8개월 동안 수시로 이어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지난해 11월 이 일을 알게 된 A씨 지인이 신고하고서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아내와 아이는 물론 처갓집 식구들까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해 신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B씨의 상습폭행 사실을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B씨는 "장난으로 한 두 대 친 것이고 B씨가 주장하는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병원 진단서 등 물증이 있고 A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모두 3차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상습폭행) 혐의로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하자 지난 3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 과정에 B씨는 경찰의 강압수사 등을 들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남부지검 관계자는 "증거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B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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