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집안의 예비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겨 무리한 혼수를 요구한 끝에 파혼까지 하게 만든 시어머니가 위자료를 물게 됐다.
대학생 시절 사귀기 시작한 은행원 A(33ㆍ여)씨와 한의사 B(34)씨는 2008년 아이를 가져 양가에 결혼을 허락 받았다. 하지만 A씨가 성에 차지 않았던 B씨의 어머니 C(59)씨는 무리한 혼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C씨는 아들 명의로 된 서울 목동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하자며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전세금 2억5,000만원을 구해오라고 A씨에게 통보했다. 혼수비용을 7,000만원 정도로 예상했던 A씨 집안은 일단 A씨 아버지 소유 목동 아파트에서 신혼 살림을 차리자고 제안했으나 소용 없었다.
C씨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여의도의 예식장이 '격이 떨어진다'며 서울 강남구 5성급 호텔 예식장을 일방적으로 예약한 뒤 A씨에게 예약금을 내라고 요구하면서 결국 결혼식을 올리지도 못했다.
A씨는 결국 이듬해 미혼모인 상태로 딸을 낳았다. B씨는 당초 양육비 지급을 거절했으나 A씨가 양육비 청구소송을 내자 그제서야 일부를 부담하기로 하는 조정안에 합의했다. 이후 B씨는 어머니 몰래 한의원 근처의 9평대 오피스텔을 구한 뒤 A씨에게 "딸과 함께 들어와 살자"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 아버지는 집이 좁은데다 결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고 B씨를 찾아가 때리기도 했다.
파혼이 기정사실화된 2011년 A씨는 B씨 모자를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B씨가 집을 구한 뒤 같이 살 것을 요청했음에도 A씨 측이 거부했으므로 파혼 책임을 시댁에만 전가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 이승영)는 A씨가 B씨 모자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혼전 임신한 몸으로 아무래도 혼인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A씨에 대해 혼인을 코앞에 둔 시점에 느닷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전적 요구를 하고, 응하지 않으면 혼인을 무산시킬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며 혼전 출산에 이르게 하고 양육 책임을 방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녀의 혼사를 필생의 과업이나 과시의 기회로 삼으려는 부모의 비뚤어진 욕망과 집안 간 경제력 차이에서 빚어지는 혼수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라며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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