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鄕土) 금융기관의 신뢰성에 의심을 품은 지방 부호들이 최근 10년간 26조원 가량을 서울 소재 대형 금융기관으로 옮겨 놓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 서울의 총량적 금융서비스 수준이 지방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지역별 예금 및 대출시장 현황'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속된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방 금융기관의 신뢰성이 추락하면서, 전체 은행 예금 중 서울지역 은행의 점유율이 2001년 51.5%에서 2012년엔 54.1%로 상승했다. 올해 3월 말 현재 예금은행 예금잔액 규모(994조원)를 감안하면, 총 26조원 가량이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한 셈이다.
예산정책처는 "금융혁신이 진전되면서 서울 소재 금융회사에서 새로운 금융상품의 판매가 활성화한 것도 지방 예금의 서울 쏠림 현상을 가져온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로 몰려든 자금은 은행 대출을 통해 지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예대율)이 서울 지역 은행은 0.85배에 불과한 반면, 인천(2.04배) 경기(1.72배) 경남(1.52배) 등 대부분 지방은 서울의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는 "서울에서 조성된 자금이 인천과 경기 등 지방에 공급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밝혔다.
실물 경제에 대한 금융서비스의 지원 정도를 평가하는 '금융연관비율'(지역별 대출잔액/지역 총생산)도 서울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울의 해당 비율은 1.842배로 2, 3위인 대구(1.199배)와 부산(1.190배)보다 현저히 높았으며, 전국 평균(0.71배)보다도 2.5배 가량 높았다.
예산정책처는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 경제가 지방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금융 분야의 지역간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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