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남북이 장관급 회담에 앞서 9일 가진 실무접촉을 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양측은 2011년 2월에도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을 가졌는데 당시와 비교해 이번 실무접촉 전후로 드러난 남북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2년 전 예비회담에서 남북은 사생결단으로 임했다. 남측이 훨씬 공격적이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과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북측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3년 만에 군사회담에 응하기는 했지만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북측의 성의 있는 자세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퇴로가 없었다.
우리측 대표단은 이른바 '선(先) 사과, 후(後) 회담'을 앞세웠다. 본 회담인 고위급 군사회담을 열더라도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을 먼저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이슈는 그 이후에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북측은 예비회담은 이쯤에서 끝내고 조속히 고위급 군사회담을 열자고 맞섰다. 천안함ㆍ연평도 문제는 본 회담에서 다른 사안과 함께 다루면 된다는 논리였다. 남측이 공격의 날을 세우자 수비에 치중한 셈이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자 북측 대표단은 회담 이튿날 오후 태도를 돌변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궤변을 늘어놓더니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와 달리 이번 실무접촉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서로 치고 받았던 2년 전과 달리 남북 모두 흐름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특히 우리측은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만큼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다. 2년 전에는 북측이 먼저 고위급 군사회담과 예비회담을 동시에 제안해 남측이 응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따라서 판을 깨도 우리 정부의 부담이 적었다.
대북 소식통은 "2년 전 예비회담은 대결의 장이었다면 이번 실무접촉은 본 회담을 위한 징검다리"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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