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틀 동안 8시간 대화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7일(현지시간) 오후 1차 회담에 들어간 두 정상은 이후 만찬과 심야 대화를 가졌고 8일 오전에는 산책과 2차 회담, 마지막 환담을 했다. 두 정상은 장소와 시간을 달리해 무려 여섯 차례나 만났다.
유명 요리사 바비 플레이의 바닷가재와 스테이크가 제공된 만찬이 2시간 동안이나 계속되고 심야대화까지 이어지면서 첫날 일정은 밤 10시44분에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일부 측근이 함께 한 만찬에서 중국 술 마오타이로 건배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개인사를 털어놓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시 주석이 중국 문화혁명기 힘들었던 성장 과정을 얘기하고 그 경험이 중국 발전에 대한 자신의 비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말했다”고 전했다.
다음날 두 정상은 조찬을 하자마자 1대 1로 만나 2시간 동안 회담했다. 회담에 앞서 두 사람은 셔츠 차림으로 서니랜즈 본관 주변을 산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성과를 묻는 질문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통역까지 물리친 채 캘리포니아 삼나무로 만든 벤치에 앉아 대화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삼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 사는 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회담 날짜와 장소가 영어와 중국어로 새겨진 이 벤치는 시 주석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시 주석이 수영과 축구를, 오바마 대통령이 농구와 골프를 즐기는 등 두 사람 모두 스포츠를 좋아하는데다 화려하고 강력한 역할을 원하는 부인을 두었다는 공통점이 화제가 됐다.
8일 공식 회담이 끝난 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에게 차를 내고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화제로 담소했다.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정상회담에 불참해 펑리위안은 이틀 동안 공식 일정 없이 지냈다. 시 주석은 이날 정오께 귀국길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니랜즈에서 하루 더 머물며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하와이의 고교 시절 친구 3명을 불러 골프를 함께 하기로 했다.
서니랜즈 주변은 취재진과 반중 시위대 등으로 내내 북적거렸다. 경찰은 회담장 주변에 반경 5㎞의 통제선을 설치하고 보안에 만전을 기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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