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한 광장에서 세계인들의 시선이 한 곳에 쏠렸다. 이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건 한국의 전통 스포츠 씨름. 세계 20개국에서 참가한 근육질의 남녀가 강렬한 햇빛 속에 상의를 벗고 힘 자랑을 하자 수많은 인파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흥미를 드러냈다.
한독 수교 130주년, 파독 광부 50주년을 기념해 7, 8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의 로스마르크트 광장에서 열린 제4회 월드씨름대회 및 제3회 한민족동포씨름대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모두 6체급에서 우승자가 가려졌다. 발제르 엘레나(독일)는 여자 70㎏ 이하급에서 오무르벡 키지 유루스부부(키르기즈스탄)를 2-1로 물리치고 월드씨름대회 최초 여자 유럽 챔피언에 올랐다. 엘레나는 결승전 마지막 승부에서 국내 선수들도 하기 힘든 꼭지 뒤집기(목 뒤를 눌러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를 선보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30여명의 선수와 임원들은 씨름에 대해 하나 같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다이내믹한 씨름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 씨름에 앞서 레슬링을 했다는 엘레나는 "경기 진행이 빠르고 승부가 순식간에 나, 하는 사람도 보는 이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남자 90㎏ 이하급에서 우승을 차지한 카르벨라쉬빌리 다윗(조지아)도 "유도를 하다가 1년간 씨름을 배웠다. 기술이 화려해 멋진 스포츠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뿌리 내린 동포들도 씨름의 세계화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진호(71)씨는 "세계의 중심부에서 씨름 대회가 열려 감회가 새롭다"며 "외국 선수들이 이렇게 씨름을 잘할 줄 몰랐다. 여자 선수들의 실력도 놀랍다"고 뿌듯해했다. 홍순자(69)씨는 "50년 만에 씨름을 다시 접했는데 여자 씨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림픽 종목이 되기를 염원하겠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프랑크푸르트=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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